소설 테오반고흐 : 《나무뿌리》- 마지막 캔버스 앞에서 엎드려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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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나무뿌리》- 마지막 캔버스 앞에서 엎드려 울다

[ Vincent van Gogh - Tree Roots and Trunks(1890) ]

1890년 7월 28일, 파리의 한가운데서 날아든 한 줄의 전보.

‘빈센트가 스스로 몸을 쐈다.’

테오는 제정신이 아닌 채 새벽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테오는 바닥없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 르부 여관 2층의 기괴할 정도로 작은 방, 썩어가는 담배 연기와 피비린내 속에서 형 빈센트는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누워 있었다. 총알은 심장을 비껴갔으나 가슴 깊숙이 박혀 피가 멈추지 않았다.

테오는 형의 마른 손을 움켜쥐고 밤새 통곡했다. 빈센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테오의 귀에 낮은 숨소리를 뿜어냈다.

"슬픔은 영원히 계속될 거야(La tristesse durera toujours)..."

7월 29일 새벽 1시 30분, 빈센트는 테오의 품 안에서 나지막이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일곱이었다.

장례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빈 방. 테오는 홀로 르부 여관의 아틀리에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캔버스 하나를 마주했다. 형이 총을 품에 품고 밀밭으로 걸어나가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붓을 쥐고 그렸던, 세상에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그의 마지막 유작—《나무뿌리》였다.

테오는 그 캔버스 앞에서 얼어붙었다.

언덕배기의 흙이 쓸려 내려가 헐벗은 채 드러난 나무뿌리들. 흙탕물과 파란 물감, 기괴하게 뒤틀린 연두색과 파란색의 선들이 미친 듯이 엉켜 있었다.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아래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아스라한 혼돈.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것은 단순한 혼돈이 아니었다.

가혹한 땅바닥을 뚫고 나가려 발버둥 치며, 살아남기 위해 대지를 죽을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는 ‘근원적인 생명의 비명’이었다.

"아아... 형..."

테오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꺾고 엎드렸다. 캔버스 속 뒤틀린 나무뿌리가 마치 형의 마른 손가락처럼, 그리고 평생 형을 받쳐주려 애썼지만 끝내 부러져버린 자신의 뼈마디처럼 보였다.

대지 위로 사정없이 헐벗겨진 나무뿌리들 위로 테오의 통곡이 번져 나갔다. 파리에서, 브뤼셀에서, 그 어떤 거만한 화상들 앞에서도 악물었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형이 이 흙뿌리들을 그리며 느꼈을 지독한 고독과 생에 대한 절박한 갈망이 테오의 영혼을 통째로 흔들었다.

"이게... 이게 형의 마지막 기도였어... 이 토양에 그렇게도 깊이 뿌리내리고 싶었던 거야...?"

테오는 캔버스의 하단, 아직 물감이 채 마르지 않아 끈적이는 푸른 나무뿌리 윤곽선 위에 자신의 이마를 짓개었다. 캔버스에서 풍겨 나오는 강렬한 테레빈유 향과 유화 물감의 냄새가 형의 체취처럼 테오의 숨통을 조여왔다.

파리로 돌아온 테오는 채 가시지 않은 오열 속에서 펜을 들었다. 앙상하게 떨리는 손으로 아내 요한나와 어머니에게 형의 마지막 소식을 적어 내렸다.

"내 사랑하는 요... 형은 세상을 떠났어. 내가 그의 침대 곁에 도착했을 때, 형은 여전히 의식이 있었고 우리는 형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지... 형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나에게 남긴 말은 '이 모든 슬픔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 형이 그토록 갈망했던 평안을 마침내 찾은 것일까..."

이어 테오는 홀로 남아 계신 어머니에게 띄우는 편지에, 헐벗은 나무뿌리 같았던 형의 삶과 죽음을 눈물로 써 내려갔다.

"어머니... 어떤 말로도 이 슬픔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빈센트의 부고를 전하게 되어 제 가슴이 찢어집니다. 형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영혼은 언제나 신과 대지 앞에 진실했습니다. 형이 남긴 마지막 작품 속 나무뿌리처럼... 형은 자신이 땅속 깊이 박아둔 그 고결한 열매들을 세상이 알아보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편지를 다 써 내린 테오는 창문 넘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원망과 슬픔이 결국 주체할 수 없는 한탄으로 터져 나왔다.

"하나님...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세상의 그 온갖 오해와 멸시를 홀로 견디며 오직 당신의 빛만을 캔버스에 담아내려 했던 형이었습니다. 인생의 꽃조차 피워보지 못한, 이제 겨우 서른일곱인 제 형 빈센트를 어째서 이토록 가혹하게 일찍 데려가셨나이까..."

테오의 눈물이 편지지 위로 툭, 툭 떨어지며 먹선을 번지게 만들었다.

"얼마나... 얼마나 우리 빈센트 형을 사랑하셨기에... 이 냉혹하고 차가운 땅바닥에 단 한 순간도 더 남겨두지 않고, 이렇게나 빨리 당신의 품으로, 그 천국으로 데리고 가신 것입니까..."

테오는 붉어진 눈을 감고, 마지막까지 대지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자 발버둥 치던 형의 《나무뿌리》를 가슴 깊이 품어 안았다. 천국으로 올려 보내진 형의 영혼이 비로소 지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눈부신 빛 속에서 평안히 쉬고 있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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