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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5-1《별이 빛나는 밤》 - 창살 너머의 소용돌이
[ Vincent van Gogh - The Starry Night (1889) ]
1889년 7월, 파리의 갤러리 골방.
테오는 남프랑스 생레미의 생폴드모졸 정신병원에서 도착한 거대한 캔버스 소포를 풀어내다가 그 자리에서 단단히 돌처럼 굳어버렸다.
소포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차가운 병실 창살 너머의 밤하늘을 담은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캔버스 위에는 푸른 밤하늘이 거대한 격류처럼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황금빛 별들과 달이 울부짖듯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소란의 한가운데, 찌를 듯이 하늘로 치솟은 검푸른 사이프러스 나무 한 그루가 마치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는 형의 손가락처럼 서 있었다.
테오는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캔버스를 보듬어 안았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두꺼운 물감 덩어리에서 생레미 요양원의 눅눅한 병실 냄새와, 형이 견뎌내야 했던 지독한 환각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테오는 그림과 함께 동봉된 형의 편지를 펼쳐 들었다. 편지지는 발작과 고통 속에서 쓰였는지 유난히 글씨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1889년 6월 18일 경, 편지 782)]
"사랑하는 테오에게,
마침내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한 새로운 습작을 완성했다. 아침이 오기 전, 창살 달린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을 때 세상은 온통 거대한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오직 새벽별만이 유독 커다랗게 반짝이고 있었단다.
이곳 요양원의 삶은 지독하게 고요하구나. 발작이 찾아올 때마다 내 이성은 완전히 파괴되고, 환각의 어둠 속에서 나는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하지만 발작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다시 붓을 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설 때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아직 내 영혼이 완전히 깨어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거든.
지도에서 도시를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듯, 밤하늘의 저 별을 바라볼 때면 나는 항상 신의 마음을 읽으려 애쓴단다. 저 소용돌이치는 별빛은 사실 어둠 속에서 신이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구원의 신호가 아닐까."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테오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편지지의 먹물을 까맣게 번지게 만들었다.
테오는 형이 생레미 요양원에서 당하고 있는 가혹한 처우를 알고 있었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발작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세상은 형을 아를에서 쫓아내듯 생레미의 감옥 같은 정신병원으로 밀어 넣었다.
형은 그곳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준 병원에 작은 감사라도 표하고 싶어 했다. 병원을 관리하던 원장 수녀에게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이 온 영혼을 바쳐 그린 그림 몇 점을 선물로 올리겠노라 청했었다. 하지만 냉정한 원장 수녀의 반응은 형의 순수한 영혼을 갈갈이 찢어놓았다.
"이런 기괴하고 미친 그림은 우리 거룩한 수녀원에 둘 수 없습니다. 병원 벽을 더럽히지 마시고 치우시오."
거절당한 캔버스를 안고 병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홀로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을 형의 고독. 세상은 형의 그림을 광인의 낙서라 부르며 수녀원조차 거부했지만, 형은 그 냉대 속에서도 다시 창살로 달려가 밤하늘의 별을 그렸던 것이다.
테오는 캔버스 속에 우뚝 솟은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오열했다.
"형... 수녀원장은 형의 그림에서 미치광이의 광기만을 보았지만..."
테오는 가슴이 미어터지는 숨을 삼키며 캔버스 속 소용돌이치는 푸른 별빛을 가만히 보듬었다.
"나는 알아... 이 소용돌이는 세상의 냉대라는 창살 속에 갇힌 형의 영혼이 하나님을 향해 올리는 가장 절박하고 숭고한 기도의 비명이라는 걸. 세상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던 형의 순수한 마음을, 저 창살 너머의 하늘과 별들은 알고 있었던 거야..."
테오는 캔버스 앞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파리의 골방 안으로 생레미 밤하늘의 소용돌이치는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테오는 두 손을 모으고, 창살 너머로 별을 바라보며 홀로 붓을 들었을 형의 고독한 눈빛을 떠올리며 울부짖듯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보소서. 지상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빈센트 형을 버렸고, 당신을 모신다는 수녀원조차 형의 순수한 헌신을 차갑게 짓밟았습니다.
하지만 형은 고백했습니다. 끔찍한 발작이 지나가고 나면 결코 붓을 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노라고... 오직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설 때만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영혼이 아직 깨어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고요...
지도 위의 작은 검은 점을 보며 꿈을 꾸듯, 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평생 당신의 마음을 읽으려 애쓰던 형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저 별빛이 사실은 당신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마지막 구원의 신호라 믿었던 그 순수한 영혼입니다.
정신병원의 차가운 창살 너머에서, 손가락 마디마디가 터지도록 붓을 쥐고 당신의 구원을 찾아 헤매던 불쌍한 내 형 빈센트를 기억해 주소서.
형이 바라보았던 저 소용돌이치는 별빛처럼, 고통스럽게 번뇌하던 형의 영혼을 당신의 거룩한 손길로 친히 거두어 주소서. 세상의 그 어떤 수녀원보다, 그 어떤 사원보다 숭고한 이 캔버스 위에 깃든 형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어둠 속에서 외롭게 발버둥 치던 형에게 이제는 당신이 약속하신 영원한 평안의 빛을 내려주소서!"
[작품 노트]
《별이 빛나는 밤》
제작 시기: 1889년 6월 (남프랑스 생레미의 생폴드모졸 정신병원에서 제작)
소장처: 뉴욕 현대미술관 (MoMA,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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