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테오반고흐 : 1-3《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초상》- 몽마르트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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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1-3《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초상》-  몽마르트의 결투

[빈센트 반 고흐 -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초상(1887)]

장소: 파리 몽마르트, 카페 르 탕부랭(Café Le Tambourin)
시기: 1887년 가을, 시끌벅적한 밤

몽마르트의 연기로 자욱한 카페 르 탕부랭. 술잔 부딪치는 소리와 화가들의 거친 고함이 뒤섞인 연회장 한구석에서 쾅 하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당장 그 모욕적인 말을 취소해!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 아카데미 광장에서 권총 결투를 신청하겠다!"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간 이는 다름 아닌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였다.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어릴 적 사고로 다리가 불편해 키가 작았던 이 유쾌한 화가는, 지금 분노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손가락으로 한 보수적인 화가를 찌를 듯 가리키고 있었다.

상대방 화가는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뭐라고? 로트레크, 자네 미쳤나? 저 붉은 수염의 미치광이가 벽에 걸어놓은 저 그림을 보게나! 물감을 흙처럼 떡칠해 놓은 저 오물 같은 쓰레기를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오물? 쓰레기?"

로트레크의 눈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그는 지팡이를 번쩍 들어 올려 테이블을 내리쳤다.

"자네 같은 고리타분한 학구파 놈들의 눈에는 저 위대한 생명력이 보이지 않는 거겠지! 빈센트의 캔버스 하나가 자네 평생의 평범한 유화 수백 장보다 훨씬 거룩하다! 당장 사과해라, 아니면 피를 보게 될 테니!"

카페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화가들이 로트레크를 말리려 몰려들었고, 장내에는 결투니 권총이니 하는 고함이 난무했다.

양복 차림의 테오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하며 로트레크의 어깨를 잡았다.

"로트레크 씨! 제발 참으십시오! 결투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형의 그림 때문에 당신이 피를 흘릴 순 없습니다!"

테오는 식은땀을 쏟으며 안절부절못했다. 구필 화랑의 화상으로서 늘 형의 그림을 변호하고 비웃음을 다독이느라 외롭고 고독했던 테오였다. 그러나 지금, 세상 사람 모두가 외면하던 형의 예술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분노해 주는 화가가 눈앞에 있었다.

그 거대한 위로와 충격에 테오의 가슴은 서럽고도 벅차게 요동쳤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테오의 눈에 들어온 사태의 원인 제공자—빈센트의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정작 자신의 그림이 오물이라 모욕당하고 옆에서 친구가 결투를 신청하며 난리가 났건만, 빈센트는 구석 자리에 묵묵히 앉아 독주 압생트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는 흐릿한 눈으로 캔버스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노란색이 조금 더 진했어야 했는데... 빛이 부족해..."

"형! 지금 남 일 보듯 할 때가 아니잖아! 로트레크 씨가 형 때문에 결투를 하겠대!"

테오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자, 빈센트는 그제야 무거운 고개를 돌려 테오와 로트레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툭 한마디를 던졌다.

"앙리, 결투는 무슨... 술이나 마셔. 저 친구는 그림의 빛을 볼 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일 뿐이야."

"빈센트! 자네 자존심 문제야! 내가 그냥 둘 수 없어!"

로트레크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고, 테오는 로트레크의 허리를 껴안다시피 말리며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로 그를 붙들었다. 피사로와 에밀 베르나르까지 달려들어 로트레크를 겨우 의자에 앉히고 와인을 쏟아붓듯이 따라주어서야 소동은 겨우 일단락되었다.

소란이 서서히 가라앉고 밤이 깊어가던 시간.

취기에 잠든 로트레크를 마차에 태워 보낸 뒤, 테오는 카페 밖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선 빈센트는 낡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몽마르트의 밤하늘을 묵묵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테오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떨리는 두 손을 꼭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온기가 퍼져나갔다.

'하나님...'

테오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오늘 밤 저는 홀로가 아니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형의 그림을 미치광이의 오물이라 부를 때, 형의 저 거친 불꽃을 알아보고 자기 몸을 던져 싸워주는 진짜 친구가 있었습니다.

형을 홀로 지키느라 너무나 외롭고 괴로웠던 제 어깨를, 오늘 밤 하나님께서 로트레크라는 친구의 분노를 통해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사나운 파리의 밤 속에서도 형의 빛을 알아보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해주셔서. 저 미치광이 같은 형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셔서..."

 

(후일,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 아를로 건너간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사랑하는 테오에게,

로트레크에게 안부를 전해주려무나. 그 친구는 참으로 대범하고 진실한 사람이다. 파리의 그 수많은 기만과 허세 속에서도 로트레크만큼은 예술가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아는 진짜 동료였지.

우리가 함께 술을 마시며 예술을 논하던 그 밤들이 그립구나. 그처럼 나를 가식 없이 친구로 대해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파리 시절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몽마르트의 깊은 밤, 붉은 수염의 형은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고, 그 뒤를 따르는 동생의 가슴속에는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닌 뜨거운 동료애와 위로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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