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식물 : 마늘 - 노예가 가장 그리워했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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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식물 : 마늘
노예가 가장 그리워했던 음식

마늘은 흔히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여겨지기에 유럽에서는 그리 즐겨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생활해 보니, 이곳 역시 마늘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나라였습니다. 요리마다 듬뿍 들어간 마늘 향은 낯선 이국땅에서 뜻밖의 친숙함을 선사하곤 했습니다.

스페인의 대표 요리인 빠에야(Paella)만 해도 그렇습니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다져 볶아 향을 내는 '소프리토(Sofrito)'가 풍미의 가장 깊은 바닥을 지탱하고 있으며, 빠에야에 곁들여 먹는 하얀 소스인 '알리올리(Alioli)' 역시 원래 마늘과 올리브유, 소금을 오롯이 빻아 만든 진한 마늘 소스입니다.

특히 발렌시아의 전통 장어 스튜인 '알리페브레(All i Pebre)'를 맛보았을 때의 인상은 강렬했습니다. 마늘이 듬뿍 들어가는데, 흥미롭게도 껍질을 일일이 까지 않고 통째로 으깨어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참 요리하기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한국에서 깐 마늘을 파는 것을 보면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싱싱할 때 통째로 으깨어 요리하면 되는데 왜 쉽게 상하고 변색되고 힘도 들어가는데 일일이 까고 있나 하고요. 마늘은 까서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먹을 때 껍질을 뱉어내야 하는 수고로움 속에서, 마늘 본연의 야생적인 풍미를 고스란히 끌어올리는 그들만의 식문화가 돋보였습니다. 한국처럼 마늘을 알알이 장아찌로 담가 먹는 문화는 없지만,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올리브 절임이 그 짭조름하고 알싸한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오늘날 누군가에게는 이국적인 풍미이자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으로 사랑받는 마늘의 그 알싸한 향기 뒤편에는, 사실 고대 억압받던 국고성 건설 현장과 고단한 노동의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마늘 이미지 - AI 작성]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마늘과 양파, 무가 지급되었다는 전승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당시 마늘은 고된 노동을 버티게 하는 귀한 식품으로 여겨졌습니다. 애굽에서 국고성 건설의 노역을 감당했던 이스라엘 백성 역시, 고대 이집트 사회 안에서 이러한 식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출애굽 한 뒤 광야에서 그리워했던 것도 바로 이 맛이었습니다. 민수기 11장 5~6절은 구원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노예 생활의 그늘에서 먹던 자극적인 음식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능을 고발합니다.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에는 값없이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들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 이제는 우리의 정력이 쇠약하되 이 만나 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도다."

성경 히브리어 원문에서 마늘은 '슈밈(Shumim)'이라는 단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글 성경의 '정력'은 성적인 의미라기보다 원문상 '생명력, 기운, 영혼의 에너지'를 뜻합니다.

그러나 출애굽 한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리워한 그 매운 마늘은, 사실 억압과 고된 노동의 굴레 속에서 겨우 주어지던 미미한 보상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 광야에 서서도, 몸에 배어버린 애굽의 자극적인 노예 식탁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가을 밭에 심은 마늘이 한겨울 칼바람을 이겨내고 봄에 싹을 틔우던 강인함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수확하고 껍질을 까는 일은 눈물 콧물을 쏟아내야 하는 고난이었습니다. 고대 노동자들이 풍겼을 그 매캐한 마늘 향은, 어쩌면 고단한 육체를 이끌어야 했던 삶의 씁쓸한 흔적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구원과 자유를 선언받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돌아서면 과거의 자극적이고 습관적인 세속의 마늘 향을 그리워하곤 합니다.

하나님이 매일 내려주시는 순전하고 정갈한 '만나'에 감사하기보다, 애굽에서 씹어 삼키던 알싸하고 자극적인 탐욕의 맛을 잊지 못해 불평했던 이스라엘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적나라한 초상입니다.

광야에서 만나가 이스라엘 백성의 육신의 생명을 살렸다면, 예수님은 자신을 "생명의 떡"이라 부르시며 영혼의 굶주림을 채우는 참된 양식이 되셨습니다. 노예의 식탁을 그리워하던 입술이,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을 사모하는 입술로 바뀌기를 소망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린도전서 10장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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