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발렌시아의 인장 1권 : 4-10장 120,000 &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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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4-10장 120,000 & 225

화려한 바르크 양식의 도금 장식 너머로 오래된 장서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곳에 12만 권이 넘는 책이 잠들어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숫자를 세어본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발렌시아에서 그 숫자는 이미 하나의 전설이었다. 인간의 관념과 지식이 쌓아 올린 종이의 산맥.

산 마르틴 성당 서고의 먼지 입자를 뒤로하고, 그 길은 북쪽 평야의 산 미겔 델스 레이스(Sant Miquel dels Reis) 수도원 아카이브로 이어졌다. 12만 권의 장서가 품은 거대한 지식의 숲 한가운데서, 세바스티안은 한때 다른 곳에 있었던 작은 책 한 권 앞에 멈춰 섰다.

유리관 너머, 조용히 누워 있는 빛바랜 고서.

Llibre d'ingressos de xiquets.

원래는 발렌시아 구시가지의 성 비센테 페레르 왕립 고아원에서 쓰이기 시작한 기록이었다. 수많은 아이들의 입소와 퇴소가 적힌 수기 장부는, 훗날 세월과 전쟁의 풍파를 거쳐 이곳 산 미겔 델스 레이스로 이관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아이들의 생사와 고통을 담아 이동해 온 장부. 12만 권이라는 전설 속에서, 세바스티안 앞에는 한 권의 실제 기록이 펼쳐져 있었다.

2. 솥 아래의 장작불과 진물 나는 머리들

성 비센테 페레르 고아원의 어둡고 서늘한 지하 석조 복도에는 늘 기름 썩는 냄새와 거친 약초 향이 진동했다.

1715년의 겨울, 고아원 안의 아이들은 수용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발렌시아 구시가지에서 날마다 기아와 전염병에 노출된 아이들이 마차에 실려 들어왔고,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바닥난 아이들의 두피는 가뭄 난 논바닥처럼 갈라져 피고름이 흘러넘쳤다. 두부 백선(Tinya). 머리카락이 흉하게 빠진 자리에 고름이 엉겨 붙어 밤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석조 벽면에 머리를 짓찧었다. 그곳을 돌보던 사람들에게 그 비명은 찬송가보다 더 익숙한 일상의 소음이었다.

약제실 한가운데에는 사람 키만 한 청동 솥이 걸려 있었다. 솥 아래 장작불을 지피고, 교구 구호품으로 들어온 올리브유 10리브라(Azeyte Comun, diez libras)를 부었다. 기름이 불길에 달아오르자, 껍질을 벗겨 얇게 썬 백합 뿌리(Raízes de Lirio peladas)와 검은 피치(Pegunta negra), 밀랍(Cera flava), 그리고 꿀(Miel)을 차례로 던져 넣었다.

독한 송진 향과 백합 진액이 뜨거운 기름 속에서 뒤섞이며 기괴한 냄새를 풍겼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약이었으나,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고문과도 같았다.

"참아야 한다."

팔뚝을 잡고 버둥거리는 어린아이의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득한 검은 연고를 헝겊으로 듬뿍 발라 짓눌렀다. 뜨거운 올리브유와 송진이 진물 난 상처에 닿는 순간, 아이의 목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상대의 삼베 옷자락을 쥐어뜯었다.

며칠이 지나자 고름이 멎고 붉게 부어올랐던 피부가 단단하게 굳어가며 진통이 가라앉았다. 아이들은 머리에 검은 피치 연고를 범벅으로 바른 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굳은 빵 조각을 씹었다. 아이들의 머리에서는 모두 같은 약초 냄새가 났다.

3. N. 225와 N. 226, 7년의 궤적

장부는 냉혹했다. 깃펜을 든 서기는 아이들의 사연이나 눈물에는 관심이 없었다. 225번부터 227, 228, 229번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그어진 먹선 위로 오직 입소한 날짜와 아이를 거둔 교구, 그리고 관리를 위한 번호만을 적어 내려갈 뿐이었다.

그러나 세바스티안의 시선은 무심하게 나열된 그 이름의 행렬 속에서, 양피지 왼쪽 상단에 나란히 기재된 두 숫자에 고정되었다.

N. 225.

N. 226.

어디에도 가문의 문장도, 그 아이를 온전히 부를 이름도 없었다. 산 마르틴 성당 문고리에 매달린 바구니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25번 소년은 '산 마르틴 교구 출신'이라 적혔고, 고아원의 아이들은 그가 산 마르틴 성당에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를 성당의 이름을 따 '산 마르틴'이라 불렀다. 그리고 1708년 2월, 바로 아래 줄 226번으로 들어온 또 다른 소년 '바르톨로메(Bartolomé)'.

1708년부터 1715년까지,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두 소년은 석조 복도의 차가운 석판 위에서 함께 자라났다.

입소 초기, 두부 백선의 고열 속에서 산 마르틴은 벽에 머리를 찧으려는 어린 바르톨로메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감싸 안았고, 바르톨로메는 뜨거운 송진 연고가 머리가죽에 스며들 때 비명을 지르는 산 마르틴의 입에 삼베 헝겊을 물려주었다.

세월이 흐르며 아이들의 키가 약제실 청동 솥의 높이를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 둘의 관계는 아픔을 다독이는 차원을 넘어섰다. 고아원 외곽 비단 공방의 도제 자리를 두고 하루 한 번 배급되는 묽은 콩스프의 건더기 한 스푼을 다투며 서로의 상처 자국을 노려보던 격렬한 주먹다짐.

"네가 산 마르틴의 성스러운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여기서 너만 살려줄 것 같아?"

바르톨로메가 터진 입술로 침을 뱉었을 때, 산 마르틴은 아무 말 없이 자기 몫의 굳은 빵 조각을 쪼개 바르톨로메의 식판에 던져주었다. 버려진 처지에서 성당의 이름을 지녔다는 것은 구원이 아니라 거친 짐이었고, 그 무게를 아는 것은 오직 옆자리의 226번뿐이었기 때문이다.

새벽마다 솥바닥에 남은 송진 기름 찌꺼기를 손가락으로 긁어 모아 서로의 머리칼 사이에 남은 흉터에 발라주던 밤들. 핏덩이 고아였던 두 소년은 서로를 미워하고 의지하며 사내아이들로 자라났다.

그리고 1715년, 마침내 7년의 시간이 끝났다. 장부의 226번 옆에는 Baixa(퇴소)라는 날카로운 필체의 먹물이 그어졌다. 고아원 밖 세상으로 나갈 나이가 된 바르톨로메가 문을 나서는 날이었다. 정문 철문이 닫히기 전, 머리에 연고 자국이 옅은 흉터로 남아 있던 바르톨로메는 산 마르틴을 향해 아무 말 없이 거친 주먹을 쥐어 보였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작별 인사였다.

그곳을 돌보던 이는 아이들의 머리에 남은 연고 자국을 살핀 뒤 장부를 펼쳐 적었다.

왼쪽 면에는 1708년부터 1715년까지 7년간 서로의 고통을 증언하며 삶을 버텨낸 아이들의 번호 N. 225N. 226, 그리고 오른쪽 면에는 그 아이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약제 기록—Reseta del onguento para curar la tinya—이 또박또박 새겨져 있었다.

아이들의 피와 눈물, 7년 동안 쌓아 올린 우정과 갈등, 그리고 그것을 억제한 백합 뿌리와 올리브유의 배합 비율이 하나의 장부 안에서 펼쳐진 채 서사적 쌍을 이루고 있었다.


[산 미겔 델스 레이스(Sant Miquel dels Reis) 수도원 고서 원본]

세바스티안은 처방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백합 뿌리.

올리브유.

밀랍.

그리고 N. 225 & N. 226.

유리관 속 펼쳐진 고서 한쪽에는 무수히 스쳐 지나간 고아들의 행렬 속에서 7년의 세월을 함께 견뎌낸 두 아이의 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다른 쪽에는 그 아이들의 상처를 다루기 위한 약이 있었다.

수백 년 전 누군가는 아이들의 거창한 혈통이나 가문의 성씨를 기록하지 않았다. 세상의 권력과 전쟁은 아이들을 버렸고, 장부는 그들을 단지 연속된 숫자로 분류했을 뿐이었다. 대신 누군가는 그 아이들이 7년 동안 아팠다는 사실과, 서로의 비명을 짓누르며 그 아픔을 살려내기 위해 무엇을 부어 끓였는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록했다.

성 비센테 페레르의 지하 석조 복도에서 시작되어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 이곳 산 미겔 델스 레이스로 이동해 온 기록.

사람들은 12만 권이라는 전설 같은 장서 속에서 신의 도판과 화려한 오컬트의 암호를 찾으려 스쳐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보지 못한 펼쳐진 한 권의 책 속에는, 송진과 기름 냄새를 풍기며 서로를 감싸 안고 7년의 고통을 견뎌낸 아이들의 숨결이 살아남은 문장이 되어 이곳까지 걸어와 있었다.

세바스티안은 유리창 너머 나란히 놓인 N. 225와 N. 226의 번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차가운 유리 표면에 닿기 바로 직전,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그는 두 아이가 여전히 그곳에 머물며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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