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2037 #1권 #성배수송작전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3장: 성배 수송 작전과 사군토의 불꽃
[일시 : 1437년 3월 18일 ~ 3월 19일]
[장소 : 발렌시아 대성당 및 사군토(Sagunto) 용광로 유적]
아라곤의 국왕 알폰소 5세는 수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성배 탈취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적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완벽한 기만전술을 설계했다. 실제 성배와 동일한 마노잔에 눈이 멀 듯 화려한 금장식 받침대를 덧댄 가짜 성배를 만들어 왕실의 철통같은 호위 속에 운송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볼품없는 마노잔에 투박한 나무 받침대를 덧댄 초라한 모습의 진짜 성배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사제의 품에 숨겨져, 공식 수송일보다 석 달이나 앞서 은밀히 발렌시아 대성당으로 보내졌다.
1437년 3월 18일, 마침내 국왕의 공식적인 성배 행렬이 발렌시아에 당도했다.
도시는 거대한 열광의 도가니였다. 하늘은 발렌시아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과 흩날리는 장미 꽃잎으로 뒤덮였고, 거리는 짓밟힌 허브와 짙은 유향 냄새로 진동했다. 은빛 갑옷을 번쩍이는 아라곤의 정예 기사단이 도열한 가운데, 수십 명의 사제들이 거대한 황금빛 가마를 어깨에 메고 대성당 광장으로 들어섰다.
가마 위에는 눈부신 금장식과 보석으로 치장된 가짜 성배가 찬란한 봄의 햇빛을 튕겨내며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군중이 바닥에 엎드려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병자들은 구원을 구걸하며 손을 뻗었고, 성가대는 천상의 목소리로 승리와 기적의 찬가를 불렀다. 모든 맹인과 걸인, 귀족과 평민이 그 껍데기뿐인 금빛 광채에 영혼을 빼앗긴 채 미친 듯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환희에 찬 광장의 소음과 완벽히 단절된 대성당의 가장 깊고 서늘한 어둠 속에서는, 석 달 전 도착한 진짜 성배가 낡은 나무 받침대 위에서 고요히 숨을 쉬고 있었다. 광장의 가짜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동안, 지하의 진짜 성배가 뿜어내는 묵직하고도 기이한 기적의 파동은 발렌시아의 땅속 깊은 곳을 서서히 울렸다.
그 파동에 이끌려, 오랜 세월 투리아강 바닥의 진흙 속에 엎드려 아무런 존재감 없이 숨죽여 지내던 가고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자석에 끌리듯 강바닥을 박차고 나와 대성당 주변의 그림자 속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성배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을 연장시키고 육체를 치유하는 기적의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초기에는 고위 사제들만이 야간 당직을 서며 이 비밀을 공유했다. 그들은 밤마다 성배 곁에 머물며 아픈 곳이 낫고 몸이 젊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젊은 사제들에게는 복지 향상을 핑계로 밤잠이 없는 자신들이 불침번을 서겠다고 속이며 성배의 파동을 사적으로 독점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멈추지 않았다. 고위 사제들은 이 성배의 시간을 시분할 매매로 쪼개어 거상들에게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하룻밤 이용료는 무려 비단 500필에 달했다. 부유한 상인들은 사후의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영생을 갈망하며 전 세계의 비단을 발렌시아로 실어 날랐고, 그 엄청난 물량을 보관하기 위해 대성당 옆에 거대한 창고인 라 론하 데 라 세다가 지어졌다.
비단 상인들이 매일 밤 대성당을 들락거리면 꼬리가 밟힐 것이 뻔했고, 성배의 기운을 느끼며 호위하듯 맴도는 가고일들의 눈을 피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제들은 지하 하수도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라 론하에서 성당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비밀 지하통로를 뚫었다. 이것이 바로 탐욕으로 얼룩진 더러운 성배의 길이었다.
모두가 3월 18일의 화려한 환영식과 탐욕의 축제에 취해 있을 때, 오직 한 사람만이 이 거대한 타락을 목도하고 있었다. 젊은 사제 세바스티안은 고위 사제들의 비정상적인 젊음과 매일 밤 이어지는 은밀한 발소리의 진실을 추적했다. 마침내 성배의 파동이 불임 여성을 임신시키고 부패한 자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도구로 전락했음을 알게 된 그는 참을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세바스티안은 빛이 들지 않는 좁고 차가운 고해소 바닥에 엎드렸다. 피가 맺히도록 두 손을 꽉 쥔 채, 그는 십자가를 향해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주여, 진정 이것이 당신의 뜻입니까? 영혼을 구원해야 할 당신의 파동이, 어찌하여 저 타락한 자들의 썩어갈 육신을 살찌우는 데 쓰이고 있단 말입니까!"
세바스티안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금화의 비릿한 냄새와 광장의 헛된 찬양 소리가 신의 침묵을 조롱하는 듯했다. 그는 바닥에 이마를 짓찧으며 피 토하듯 물었다.
"하나님, 정말 저에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이 거대한 악 앞에서 보잘것없는 사제인 제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수없이 반복된 고통스러운 기도 끝에, 칠흑 같은 침묵 속에서 하나의 끔찍하고도 명확한 이끌림이 그의 영혼을 때렸다. 인간의 육체라는 그릇이 탐욕의 늪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원흉이 된 신의 물건을 파괴하여 그 사슬을 끊어내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파문과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외롭고도 숭고한 결단이었다.
결단은 내려졌으나, 탈취는 기도로만 이루어질 수 없었다. 세바스티안은 거사를 위해 피를 말리는 치밀한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큰 위협은 대성당 주변의 그림자 속에 도사린 가고일들이었다. 성배가 결계를 벗어나는 순간, 파동에 굶주린 그 짐승들이 즉각 기운을 감지하고 추격해 올 것이 뻔했다. 두 발로는 결코 그들을 따돌릴 수 없었기에 압도적인 속도가 필요했다. 세바스티안은 아라곤 군대에서 퇴역한 늙은 마부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주고, 가장 빠르고 뼈대가 굵은 안달루시아산 검은 준마를 비밀리에 수배했다. 짐승의 기괴한 포효나 짙은 어둠 속에서도 절대 멈칫하지 않고 험로를 주파할 수 있도록 훈련된 전마였다.
그는 대성당 뒷문과 가장 가까운 은밀한 숲에 미리 말을 매어두고, 투리아강을 거쳐 사군토의 카탈루냐식 용광로까지 이어지는 최단 거리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수백 번 복기했다. 또한, 성배가 뿜어내는 맹렬한 파동을 조금이라도 차단하기 위해 무거운 납이 덧대어진 두꺼운 성물함 융단을 구했다. 그리고 다시 비단으로 여러겹 감쌌다. 돌짐승들의 감각을 완전히 속일 수는 없겠지만, 발렌시아의 성문을 무사히 빠져나갈 단 몇 분의 시간은 벌어줄 터였다.
모든 물리적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거짓된 성배의 도착으로 도시 전체가 들떠 방심한 바로 다음 날 밤의 타이밍뿐이었다.
1437년 3월 19일 늦은 밤, 마침내 기회가 왔다. 당직을 맡은 고위 사제가 집안의 위급한 환자 때문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세바스티안은 납이 든 융단으로 진짜 성배를 감싸 안고 대성당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성문을 넘어서자마자 기운을 눈치챈 가고일들이 짐승의 포효를 내지르며 맹렬하게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세바스티안이 검은 준마를 몰아 향한 목적지는 발렌시아 외곽의 사군토였다.
그가 사군토로 향한 것은 단순히 거리가 가까워서가 아니었다
사군토 절벽 끝에 위치한 용광로는 당대 최고의 기술로 지어진 카탈루냐식 용광로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 사군토 용광로에 도착한 세바스티안은 수문을 열어 거대한 물줄기를 송풍관으로 쏟아부었다. 굉음과 함께 미친 듯한 바람이 빨려 들어가며 내부의 불꽃이 창백한 백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성배는 녹아내리지 않았다. 2,000도의 초고열과 성배의 강력한 에너지가 충돌하면서, 성배는 융해되지 못하고 수천 개의 고에너지 결정체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폭발의 파편은 가장 먼저 하늘을 맴돌던 가고일들의 돌 몸뚱이에 무더기로 박혔다
폭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세바스티안의 한쪽 눈에도 가장 거대한 파편이 정통으로 박혀들었다
자신이 인류의 탐욕을 멈춘 것이 아니라 저주받은 파편을 수천 개의 악마로 쪼개어 세상에 퍼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세바스티안은 끔찍한 자책감에 휩싸였다.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특별한 눈과 이 비극적인 결말을 드러내지 않았다. 라 론하 데 라 세다의 어둡고 습한 지하로 내려간 그는, 피와 눈물로 참회의 기록만을 은밀히 남겨둔 채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은둔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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