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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37 #1권 #발렌시아의인장 #론하의수태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3-3장 : 론하의 수태와 산고
론하의 수태
스페인 발렌시아의 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론하 데 라 세다(La Lonja de la Seda)’의 고딕 양식 처마 아래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성스러운 공포가 서린 석상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낮 동안 낯선 이방인들은 화려한 비단 거래소의 섬세한 나선형 기둥과 아치형 천장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이 고대의 도시에서 나고 자란 노인들은 해가 지면 외벽 모퉁이의 가고일 아래에는 절대로 발을 멈추지 말라고 속삭인다.
건물의 동쪽 모퉁이에는 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그러쥐고 기괴하게 뒤틀린 항아리에 발기된 성기를 밀어 넣고 있는 ‘배설하는 사내’가, 서쪽 모퉁이에는 희열과 극심한 가학적 통증이 뒤섞인 표정으로 제 손가락을 이용해 성기를 잔혹하게 벌리고 있는 ‘수태와 산고의 여인’이 붙박여 있다. 단순한 중세의 풍자나 기묘한 석조 미술로 치부하기엔 그 형상이 품은 기운이 너무나 음산하다. 그것은 먼 옛날 지상에 자신들의 방주와 군대를 번식시키기 위해 타락한 존재들이 설치해 둔, 하나로 연결된 ‘음란한 수태와 잔혹한 산고의 생체 거울’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평범한 빗물은 지붕의 경사를 타고 흘러 동쪽 사내 가고일의 단단한 몸통을 적신 뒤, 그의 항아리 속으로 깊숙이 고여 든다. 항아리 내벽 깊은 곳,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암각에는 세월이 깎아내지 못한 고대의 악마적 마법진과 주파수 인장이 새겨져 있다. 석상의 성기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하고 찬란한 정기가 빗물과 뒤섞이는 순간, 맑았던 물은 끈적하고 금가루를 풀은 듯 찬란한 ‘황금비(Golden Rain)’로 탈바꿈한다.
이 저주가 완벽한 유기성을 띠고 작동하는 시점은 가을날 밤, 가장 거대한 보름달이 차오른 직후 달이 그믐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기 시작할 때다. 기우는 달의 불길한 인력이 항아리 속 갇혀 있던 액체를 역류시키면, 사내 가고일은 항아리 주둥이를 통해 황금빛 줄기를 광장 바닥으로 배설하듯 쏟아낸다.
그리고 그 순간, 광장 반대편 서쪽 모퉁이에 홀로 붙박인 여성 가고일의 벌어진 틈새가 불길한 생명력을 띠고 동조하기 시작한다. 지면을 타고 흐르는 그 부정한 액체를 자궁 깊숙이 빨아들여 대지 밑바닥의 침묵을 깨우는 것—이것이 바로 악마적 번식의 완성점이다. 여성 가고일의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단순한 빗물이 아니라 썩은 유황과 농밀한 금가루, 동물의 비릿한 혈액이 짓개어진 차가운 황금빛 양수(羊水)다. 부정한 양수가 광장 바닥의 균열 속으로 핏줄처럼 스며들 때마다, 석상의 후두부에서는 인간의 귀로는 감당할 수 없는 600Hz의 저주받은 진동음이 찌르는 듯한 비명으로 울려 퍼진다. 그것은 신의 창조 질서를 모독하며 지옥의 알을 강제로 끄집어내는 잔혹한 ‘악마의 해산’이었다.
1516년 가을, 보름달이 유난히 붉고 크게 떴던 날 론하 광장 주변에는 기이한 소문이 감돌았다. 달빛 아래 비를 맞으며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던 남녀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옷자락에 묻은 물방울이 날이 새도록 마르지 않고 금빛으로 빛났다는 이야기였다. 그로부터 석 달 뒤, 발렌시아의 산파 17명은 론하 광장 부근을 지나쳤던 서로 다른 17명의 여인이 같은 시기에 아이를 가졌으며, 그들의 배가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임신 기간 내내 불길한 징후가 도시를 감쌌다. 여인들은 밤마다 황금빛 양수가 자궁을 채우는 꿈을 꿨고, 태동은 미세한 진동이 아니라 물결치듯 요동쳤으며, 산모들이 투리아(Turia) 강가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뱃속의 태아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1517년 9월 27일 정오, 보름달이 지고 달이 눈썹처럼 가늘어지던 날 하늘이 마치 칼로 그어진 듯 찢어지며 우박과 번개가 내리쳤다. 오랜 침묵을 깨고 투리아 강이 포효하며 제방을 넘어 도시 전체를 삼키기 시작했을 때, 17명의 여인이 동시에 출산을 시작했다. 산모의 터진 양수는 금가루를 잘게 부수어 놓은 듯 찬란한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침실 바닥을 적셨다. 출산된 17명의 아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고,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오직 빗물만을 요구하듯 입술을 달싹였다. 아이들의 안구에는 눈동자도, 흰자위도 없이 오직 서늘하고 투명한 황금빛 액체만이 깊은 수심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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