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샐러드, 치아바타빵

소설 1권 발렌시아의 인장 : 3-6장 진실의 하수구

 #PROJECT2037 #1권 #발렌시아의인장 #진실의하수구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3-6장 진실의 하수구

스페인 발렌시아의 비 내리는 밤, 라 론하 데 라 세다(La Lonja de la Seda)의 높푸른 처마 모퉁이에는 인간의 눈을 의심케 하는 기괴하고도 불경한 석상이 붙박여 있다. 겉보기에는 숭고한 성자의 옷자락을 둘렀으나, 성자도 괴물도 아닌 어정쩡하고 체념한 표정의 사내가 어린아이를 거꾸로 들어 올려 가장 수치스러운 부위를 하늘로 드러낸 형상.

사람들은 이를 그저 중세 조각가의 저급한 농담이나 하수구 역할을 하던 실용 조각 정도로 치부하며 지나쳤다. 그러나 론하의 지하와 대성당의 어두운 기록을 추적해 온 세바스티안에게 이 석상은 단순한 미술적 외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섯 세기 전부터 이 도시를 지배해 온 ‘가장 거룩한 사제들의 가장 추악한 실체’를 증명하는 오컬트적 배설구였다.

15세기 당시, 대외적으로는 숭고한 성직자의 탈을 쓴 발렌시아의 고위 사제들은 낮 동안 탐욕과 권력욕을 품은 채 제단을 올렸다. 그리고 밤이 되면 그 더러운 욕망을 배설할 대상을 찾아 비밀 지하통로로 스며들었다.

그들의 목표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사제들은 아이들의 배설을 도와준다는 자애로운 핑계를 대며 접근했지만, 그 실상은 아이들의 순수한 생명력을 짓밟으며 낮 동안 쌓인 탐욕을 강제로 배출시키는 가학적 악행이었다. 이 비참한 현장이 바로 론하 지붕 꼭대기, 성자 형상의 석상 외벽에 끔찍한 인장으로 새겨져 있던 실체였다.

[라론하 데라세다 외벽의 사제와 벌려진 하문의 아이 형상]

15세기 말, 이 비극을 목격하고 역사 속에서 기록이 지워진 한 이름 없는 석공 장인은 조각칼 대신 별의 배치가 적힌 양피지를 들고 지붕에 올랐었다. 그 석공은 단순한 조각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천체 운동을 계산하여, 전갈자리의 붉은 심장이자 배신과 독을 상징하는 별 '안타레스'가 다시 동일한 정점에 도달할 운명의 밤을 향해 아이의 열린 하문 각도를 완벽히 '조준'해 두었던 것이다.

"보이는가, 세바스티안. 저 석상은 단순한 빗물 홈통이 아니네."

빗물에 온몸이 젖은 스승 에릭 폰테스가 론하의 높은 외벽을 지탱하고 서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옛날 이름 없는 석공은 예언된 오늘 밤을 기다리며 저 석상을 하늘로 조준해 두었네. 전갈의 독은 입이 아니라 몸의 가장 수치스러운 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고발하면서, '이 도시는 신의 얼굴로 말하고, 하문으로 진실을 내뱉는다'라는 저주 같은 묵시를 별빛에 맞추어 박아놓은 거지."

에릭의 시선이 석상 밑바닥 어둠 속으로 깊게 가라앉았다.

"낮에는 거룩한 십자가 아래에서 신을 칭송하던 자들이, 밤이면 이 거울 뒤로 들어와 어린 생명들을 유린했네. 그리고 그 부정한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 대성당 지하의 성배를 기적의 상품으로 팔아치웠지. 선조 세바스티안께서 성배를 용광로 속으로 던질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이 견딜 수 없는 위선의 배설을 끊어내기 위함이었네."

세바스티안은 손끝을 가늘게 떨었다. 선조의 한쪽 황금눈에 박혔던 성배 파편의 통증이, 마치 자신의 눈동자 속에서 다시 불꽃처럼 튀어 오르는 듯했다. 과거의 비극과 론하 외벽의 잔혹한 석상이 하나의 굳건한 사명으로 결집되고 있었다.

지붕 위로 전갈자리의 안타레스가 핏빛으로 떠올라, 석공이 맞춰둔 각도 그대로 석상의 열린 하문과 완벽하게 일직선을 이루었다.

그 순간, 가학적인 미세 진동음과 함께 석상의 입구에서 비릿한 '황금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오쿨루스(Oculus) 집단이 뿌리내린 음산한 120Hz의 파동이자, 위선자들이 숨겨온 진실의 배설물이었다.

세바스티안은 석상 하문 입구에 박혀 있는 석공 가브리엘의 '침묵의 쐐기'를 향해 차갑게 젖은 주먹을 뻗었다.

"더 이상의 부정한 배설은 없다."

세바스티안은 가장 거룩한 탈을 쓰고 추악함을 숨겨온 자들의 석상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스승 에릭 폰테스와 함께, 발렌시아 대성당 천장에 봉인된 첫 번째 구원의 주파수를 각성시킬 마지막 결전이 막을 올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밤, 론하 데 라 세다의 높은 지붕을 올려다보는 자여. 성직자의 옷자락 뒤편, 안타레스의 붉은 눈빛 아래 석상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당신의 이마를 적신다면 결코 손을 올려 그것을 받지 마라. 그것은 신이 내리는 축복이 아니라, 가장 거룩한 핑계로 어린 영혼들을 유린해 온 자들이 내던진 찬란하고 더러운 진실의 오물일 뿐이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