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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9장: 론하 건축의 비밀 : 철을 거부한 금기의 신전
[라론하 데라세다 내부 모습]
15세기 발렌시아, 건축가 페레 콤프테는 론하 데 라 세다의 공사 현장에서 매일 밤 촛불을 켜고 홀로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신의 거룩한 영감을 기다린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그는 돌기둥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기괴한 진동과 600Hz의 가학적 소음 속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
가고일들에게 론하는 인간의 비단 거래소이기 전에, 지상에 세워진 그들의 '국회의사당'이었다. 밤이 되면 론하의 미완성된 벽면은 살아 움직이는 석상들의 거대한 토론장이 되었고, 인간 건축가 페레는 그들이 내뱉는 어둠의 설계도를 현실로 옮기는 대필가에 불과했다.
가고일 의회의 의장은 입을 길게 찢으며 페레의 귓가에 차가운 숨결을 내뱉었다.
"기억하라, 인간아. 이 성소의 골조에 단 하나의 못이라도 '철(鐵)'을 섞는 날, 너의 뼈도 그 못처럼 휘어질 것이다."
이유는 잔인할 정도로 명확했다. 본래 말씀과 영의 경계에 존재하는 그들은 돌의 미세한 입자 사이를 안개처럼 흐르고, 나무의 나이테를 따라 파동처럼 이동하는 '공명과 결의 존재'들이었다. 기둥마다 8개의 나선이 있는 내부의 꽈배기 같은 8개의 거대한 나선형 기둥은 단순한 건축적 장식이 아니라, 상공의 주파수를 의사당 바닥으로 회전시키며 끌어내리는 나선형 공명 안테나였으며, 정교한 천장 장식은 그들의 거친 목소리를 인간의 청각이 인지할 수 없도록 분산시키는 음향 판이었다.
그러나 차가운 철(鐵)은 달랐다. 철은 거룩한 파동과 영적 진동을 단숨에 차단해 버리는 차가운 절연체였고, 가고일의 유연한 흐름을 토막 내어 돌 가죽 속에 영원히 가둬버리는 감옥이었다.
"주변의 모든 인간들이 드나드는 공간에는 철을 입혀라. 그들의 창고 문에는 두꺼운 철판을 두르고, 그들의 관공서 문고리에는 녹슨 철을 박아라."
가고일 의회는 지시했다.
페레는 그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론하를 둘러싼 발렌시아의 비루한 건물들은 가고일이 침범할 수 없는 차가운 철의 차단벽으로 둘러싸였다. 그것은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고일 의원들이 회의 중 길을 잃고 인간의 비천한 공간으로 흘러 들어가는 파동의 이탈을 막기 위한 '금지 구역'의 표시였다.
이 금기는 론하의 심장부인 계약의 방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곳의 화려한 천장은 금색으로 번뜩이지만, 그 속에 새겨진 수많은 얼굴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회의 규율을 어기고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었거나, 철의 절연막에 유혹되었던 '제명당한 가고일 의원들'의 박제였다. 그들은 영원히 천장에 매달려, 아래에서 거래되는 인간들의 탐욕을 내려다보며 자신들이 누렸던 권력을 그리워하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반면, 론하의 본관 문만큼은 오직 육중한 참나무와 정교한 화강암으로만 깎아 세워졌다. 이 문을 조각했던 노련한 목공 장인 안드레우는 가고일들의 형상을 너무나 생생하게 새기려다 비극을 맞이했다. 가고일의 눈을 조각하던 그의 손끝에 철제 조각칼 대신 그들의 '결'과 진동이 스며들었고, 안드레우의 손가락은 그날 밤부터 서서히 온기를 잃고 회색 돌로 변해갔다. 그는 자신의 온몸이 완전히 돌이 되어 굳어버리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론하의 문고리를 깎았다.
철 한 조각 섞이지 않은 그 문고리는 가고일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스며들어 의장석으로 향하는 '영혼의 게이트'가 되었다.
페레 콤프테는 공사가 진행될수록 수척해졌다. 그는 가고일의 요구대로 철을 배제하면서도 건물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불가능한 공학적 숙제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철제 지지대 대신 나선형 기둥의 '회전력'을 이용해 천장의 무게를 분산하는 기적 같은 공법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이를 '천재의 영감'이라 불렀으나, 그것은 사실 철이라는 맹독을 피하기 위해 가고일이 강요한 생존의 설계였다.
훗날, 세바스티안은 스승 에릭 폰테스와 함께 론하의 중앙 홀에 서서 높이 솟은 기둥을 올려다보았다. 세바스티안의 손가락 끝이 철이 배제된 매끄러운 기둥 표면에 닿았을 때, 600년 전 페레 콤프테가 견뎌내야 했던 미세한 떨림과 의회의 음성이 신경을 타고 전율처럼 흘렀다.
"스승님... 이곳에는 철이 없습니다. 건물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철을 박아 넣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음에도, 쇠못 하나 쓰이지 않았습니다."
에릭 폰테스는 조용히 나선형 기둥의 능선을 눈으로 좇았다.
"세바스티안, 철은 파동을 끊어내는 절연체다. 기둥마다 8개의 나선이 꿈틀거리는 저 꽈배기 기둥들은 괴물들의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는 길이자, 주파수를 보존하는 거대한 안테나지. 페레 콤프테는 철이라는 맹독을 피하기 위해 가고일 의회가 강요한 생존의 설계를 따른 것이지만, 동시에 훗날 구원의 주파수를 담아낼 거대한 '그릇'을 완성한 셈이다."
오늘날 론하의 천장을 올려다보라. 유난히 복잡하게 얽힌 나무 갈비뼈들과 기둥마다 8개의 나선이 있는 내부의 꽈배기 같은 8개의 거대한 나선형 기둥들은 사실 가고일들이 인간의 눈을 피해 가장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설계된 비밀 통로이자 파동을 품는 석조 그릇이다. 주변 건물의 녹슨 철문들이 가고일을 막는 차가운 창살이라면, 철 한 조각 섞이지 않은 론하의 매끄러운 목재 문은 그들에게 영원한 자유를 약속하는 통로였다.
그 화려한 미학 뒤에는, 철이라는 감옥을 혐오하는 괴물들의 절박함과 그들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한 건축가의 눈물이 황금빛 비단처럼 뒤섞여 흐르고 있다.
이후 페레 콤프테가 사망했을 때, 그의 유언대로 그의 무덤 옆에는 철 한 조각도 놓이지 않았다. 그는 죽어서도 가고일의 의회에 불려가 그들의 설계도를 그리며 영원한 파동으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후대의 사람들은 론하의 우아한 목재 문을 고딕 미학의 정수라 칭송한다. 하지만 그 문턱 아래를 흐르는 차가운 냉기와 미세한 진동을 느낀 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철이라는 창살이 없는, 괴물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해방구이자 금기의 신전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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