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2037 #1권 #고서의발견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2장 : 슈퍼 블루문
성당 지하에서 고서를 발견하고 칼라트라바와 함께 2037년 10월 8일의 암호를 풀었던 그날로부터 어느덧 21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4년
8월 19일 밤, 전 세계 매스컴은 '슈퍼 블루문'이라는 단어로 들떠 있었다. 평소보다 14% 더 크고 30% 더
밝은 달이 뜬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강변과 옥상으로 몰려나와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발렌시아 대학교 집무실에서 세바스티안과 함께 기록들을 추적해 오던 에릭 폰테스 교수의 눈에 비친 것은
낭만이 아닌, 거대한 '차원의 비명'이었다. 하늘에는 블루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기의 먼지와 태양풍이 뒤죽박죽 섞여 핏빛처럼 붉게 물든 거대한 달이 걸려 있었다.
그때였다. 집무실의 모든 전자기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서버 컴퓨터의 냉각팬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모니터 화면에는 치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1957년 발렌시아 대홍수 당시의 흑백 영상이 멋대로 재생되었다. 흙탕물에 잠긴 거리, 울부짖는 사람들... 그런데 그 노이즈 섞인 영상 한복판에, 80년 전 공식 기록지에는
존재하지 않던 형체가 나타났다.
영상 속 물결 위로,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은 흙탕 급류에 휩쓸리지도, 옷자락이 젖지도
않은 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2024년의
슈퍼 블루문 빛이 모니터를 강타하는 순간, 영상 속 아이들의 눈이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교수님... 보십시오!"
세바스티안이 창밖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외쳤다. 대학 교정의 가로등이
일제히 점멸하며 기괴한 불협화음을 내뿜고 있었다. 바다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 한복판인데도, 바람을 타고 짠 비린내와 시체 썩는 듯한 물 비린내가 진동했다.
저 멀리 도서관 건물 뒤편, 옛 투리아 강물길을 메워 만든 '투리아 정원' 공원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작은 황금색 안광이
일제히 번뜩였다. 그것은 동물이나 가로등 반사광이 아니었다. 1957년
대홍수 속으로 사라졌던 그 아이들이었다. 2037년 음력 8월
그믐, 거대한 대홍수의 본진이 들이치기 전 지상의 수위와 주파수를 체크하러 온 '황금눈의 정찰대'였다.
에릭 폰테스 교수는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닫아걸고 연구 일지를 펼쳤다.
2003년 칼라트라바와 함께 해독해 냈던 2037년 10월 8일이라는 날짜 밑에, 그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펜을 꽉
쥐고 마지막 문장을 적어 넣었다.
"2024년 8월 19일. 태양이 달을 빌려 문을 두드렸다. 정찰대는 이미 도심 한복판에 도착했고, 이제 물이 차오를 차례다. 주기는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는다. 2037년 10월 8일, 음력 8월 그믐... 인류는 도망칠 곳이 없을 것이다. — 에릭 폰테스"
창밖 핏빛 블루문 아래에서, 황금빛 눈동자를 한 정찰대가 칼라트라바가
세운 하얀 뼈 구조물들을 향해, 옛 강물길을 따라 고요히 걸어가고 있었다. 본편을 향한 참혹한 카운트다운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현재, 2026년
현재]
이제 칼라트라바는 75세의 노병이 되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현의 다리'가
보내오는 미세한 진동을 체크하며 발렌시아의 지평선을 바라본다.
11년 뒤, 음력 8월의 보름달이 뜨고 투리아 강이 바다를 향해 거꾸로 흐를 때, 전
세계에 흩어진 하얀 뼈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 것이다. 호아킨 소로야의 캔버스 속에 박제된
태양의 빛이 칼라트라바의 늑골을 타고 흐르는 그날, 600년을 이어온 성배의 잔혹한 연대기는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거장의 연필은 멈췄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을 견디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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