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2037 1권 : 5장 부정한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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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5장: 부정한 성배

[라론하 데라세다의 외벽 석조 부조]

발렌시아의 햇살은 비단 거래소, 라 론하 데 라 세다(La Lonja de la Seda)의 황금색 석조 외벽을 더없이 눈부시게 비췄다.

그러나 발렌시아 대학교 고고학과 학생인 세바스티안에게 그 건물은 결코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었다. 나선형 기둥이 솟아오른 화려함 뒤에는 언제나 차가운 어둠과 비밀이 품어져 있었다. 특히 중앙 광장을 마주한 외벽의 한 조각—수년간 세바스티안의 시선을 집요하게 사로잡은 그로테스크한 형상은 그의 고고학적 지적 호기심을 넘어선 섬뜩한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저 '중세의 외설스러운 풍자 조각'이라 치부하고 지나쳤지만, 세바스티안은 거기서 잊힌 어두운 역사의 열쇠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 조각은 세 명의 인물을 묘사하고 있었다. 중앙의 여인은 헐벗은 채 양옆으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고, 그 양옆으로는 고통스러운 표정의 두 남자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한 남자는 자신의 하반부를 움켜쥐고 있었고, 여인의 두 손은 정확히 그 남자의 생식기 아래에 놓인 작은 그릇을 받치고 있었다. 다른 남자는 여인의 반대편에서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게 웅크린 채 영혼이 꺾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다수의 관광객은 눈을 흘기거나 불쾌한 듯 사진도 찍지 않고 지나쳤지만, 세바스티안의 눈에는 이 조각이 단순한 도덕적 경고나 풍자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발렌시아에는 기이한 민속 전설이 전해져 내려왔다. 한밤중, 라 론하의 특정 가고일 아래에서 비를 맞으면 불임 여성도 기적적으로 수태한다는 이야기였다. 세바스티안은 늘 그 이야기가 비논리적인 미신이라 여겼다. 가고일은 그저 빗물을 배출하는 건축 장치일 뿐이었다. 하지만 저 외벽 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는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만약, 저 여인이 든 그릇이... 단순한 빗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세바스티안은 발렌시아 대학교 도서관의 깊은 고문서실과 스페인 종교재판 기록, 그리고 발렌시아 지역의 잊힌 신앙 기록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15세기 라 론하가 건설되던 시기의 희미한 기록 조각들을 조합해 나갔다. 당시 발렌시아의 지배층과 권력가들 중 일부는 극심한 불임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어떠한 기괴한 의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록에는 '론하의 피'라는 알 수 없는 액체에 대한 언급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황폐한 가지에 새싹을 틔울 생명수를 모으기 위해 밤마다 그림자 아래에서 헌납이 이루어졌다."

그 헌납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쓰여 있지 않았지만, 세바스티안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헌납은 바로 조각 속 남자의 '정액'이었고, 여인이 받치고 있던 '그릇'은 그 생명력을 모으는 추악한 도구였다.

끔찍한 진실이 드러났다. 라 론하 데 라 세다의 조각들은 단순한 미술적 요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년 전부터 비밀리에 전해져 내려온 '수태 의식'의 설계도이자 잔혹한 기록이었다. 한밤중에 제물로 납치된 사내들에게서 강제로 추출된 정액들을 비밀스러운 항아리에 담아 연금술적으로 정제한 후, 불임 여성들에게 마시게 하거나 몸에 바르게 했던 것이다. 전설 속 '가고일의 빗물'은 사실 밤마다 조각 아래에서 은밀하게 모아진 '생명수'의 변질된 이름이었다.

외벽 중앙 조각의 여인이 든 그릇, 그것은 추악한 '부정한 성배'였다. 가문의 번영과 수태를 위해 정제되는 이 액체는 누군가에겐 간절한 씨앗이었으나, 제물로 바쳐진 사내들에겐 영혼을 갉아먹는 치욕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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