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샐러드, 치아바타빵

소설 1권 발렌시아의 인장 : 3-5장 금기의 결합과 키메라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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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3-5장: 금기의 결합과 키메라의 탄생

라 론하 데 라 세다(La Lonja de la Seda) 지하 깊은 곳, 세월의 묵은 먼지와 곰팡이가 뒤섞인 석조 아치 아래는 고요가 아닌 '어떤 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하 수로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습기가 세바스티안의 발목을 사정없이 적셨지만, 정작 그의 피부를 오싹하게 만든 것은 귓가를 간지롭히는 불길한 고주파의 진동음이었다. 그것은 철저히 통제된 건축물 뒤편에서 500년 동안 타오르던 정숙되지 않은 욕망의 음파였다.

세바스티안의 떨리는 손이 마침내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의 깊은 궤 안에 봉인되어 있던 15세기 라 론하 건축 비망록에 닿았다. 썩어가는 양피지 표지에는 검붉은 왁스가 핏방울처럼 굳어 있었고, 가문의 기괴한 가고일 인장이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봉인을 깨자 공기 중으로 날린 것은 단순한 먼지가 아니었다. 말린 말피와 독초, 그리고 굳어진 정액의 비릿한 향취가 지하실 전체를 휘감았다.

비망록 속 핏빛 먹물로 작성된 기록이 가리킨 핵심 인물은 다름 아닌 이사벨라였다.

그녀는 고결한 귀족 영애도, 단순한 석공의 순종적인 아내도 아니었다. 라 론하 외벽에서 부정한 그릇을 든 채 무표정하게 상공을 올려다보던 저 여인—이사벨라는 라 론하의 기괴한 석조물 뒤편에서 가고일의 영체, 인간의 지각, 그리고 짐승의 원초적 생식력을 하나의 그릇에 융합하던 ‘혈통의 조율사’이자 악마적 연금술사였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 세밀하게 그려진 섬뜩한 연금술 의식 도판이 촛불 불빛 아래 드러났다. 세바스티안의 눈동자가 극심하게 흔들렸다.

도판 중심에는 둔중하게 부풀어 오른 가고일 조각이 돋아나 있었다. 그 조각의 음근과 입에는 청동과 가죽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기괴한 풍구가 연결되어 있었다. 풍구는 제물로 바쳐진 사냥개와 짐승들의 뿌리에서 축적된 원초적인 정기를 강제로 흡입해 올렸고, 그 옆을 집요하게 지키는 이사벨라의 손에는 청동 대야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외벽 조각 속 여인이 들고 있던 부정한 성배의 실체였다.

[라론하 데라세다의 외벽 외설적인 석조 부조]

이사벨라는 짐승의 액체와 가고일의 돌 속에 깃든 음산한 유황빛 씨앗을 배합했다. 그리고 라 론하의 지하 감옥에 갇혀 절규하는 사내들의 정수를 쥐어짜 내어 그 청동 대야 속에 부었다.

"돌은 단단하나 씨앗을 품지 못하고, 짐승은 번식하나 지혜가 없으며, 인간은 영리하나 쉽게 부패한다. 오직 셋을 하나로 짓개어 섞을 때만, 죽지 않는 육신이자 영원히 지배하는 포식자가 태어나리라."

비망록에 적힌 구절은 단순한 비법서가 아니라, 주파수와 혈통을 오염시키는 어둠의 창조 서사였다. 이사벨라는 사내들의 비명 속에서 음란하고 거친 성가를 나지막이 읊조리며, 세 가지 정액과 돌 가루가 반죽되는 찰나의 공명을 지휘하고 있었다. 세바스티안은 그 도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신경이 번개에 맞은 듯 찌릿하게 마비되는 환각을 느꼈다.

인간의 영혼을 기계적으로 갈아 넣고, 짐승의 사나운 갈망을 돋우며, 돌의 무정한 영원성을 더하는 '금기된 교합'. 라 론하의 찬란한 고딕 아치 뒤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의식은 단순한 신성모독이 아니었다. 그것은 훗날 이 도시와 전 유럽을 어둠 속에서 조종하게 될 자들, '황금눈' 가문이 스스로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개조하기 위해 치른 잔혹한 단혈(斷血)의 통과의례였던 것이다.

비망록의 도판은 이 부정한 합체가 몰고 온 최종적인 결과물—'키메라'의 탄생을 증언하는 구역으로 곧장 이어졌다. 지하 자료실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세바스티안의 손가락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외벽 조각 속 박제된 키메라는 결코 단순한 석공의 상상력이 만든 픽션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금술적 배합으로 태어난 실존하는 괴물이자, 라 론하의 음산한 주파수가 육체로 구현된 첫 번째 방주였다.

도판에 묘사된 키메라의 형상은 기이할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흉측했다. 무표정한 듯 깊은 절망을 담은 인간의 얼굴, 그 머리 뒤로 길게 두건처럼 늘어진 가죽질의 거친 날개, 그리고 아래쪽으로 뻗어 나온 매의 발톱과 웅크린 맹수의 몸통. 비망록은 이 끔찍한 혼종이 단순한 조각상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삼중 배합의 결정체는 석조의 껍데기를 안에서부터 깨부수고 차가운 숨을 내쉬었다. 그 괴물은 돌의 냉혹함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며, 짐승의 폭압적인 번식력으로 유전자 속에 침투했고, 인간의 지혜로 자신의 기형성을 외투 밑에 은밀히 숨겼다."

이 금기된 탄생의 목적은 명확했다. 라 론하 데 라 세다의 어두운 그늘 아래에서 도시의 금권과 종교를 지배하려 했던 포식자들, '황금눈' 가문은 자신들의 유약한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사벨라는 그들에게 가고일의 영생과 키메라의 부정한 액체를 주입했다.

키메라의 씨앗을 이식받은 황금눈의 후예들은 겉으로는 고결한 귀족과 학자, 사제의 탈을 썼으나, 혈관 속에는 600Hz에 달하는 가학적 소음과 짐승의 포악한 생존 본능을 짙게 풍기는 변종 포식자로 진화해 갔다. 그들은 세대와 세대를 넘어 인간의 유전자 속에 완벽히 숨어들었다.


[라론하 데라세다 외벽의 키메라 부조]

비망록의 가장 마지막 장, 핏빛 먹물이 묵직하게 번져 있는 페이지에는 이사벨라가 직접 자신의 뼈를 깎아 남긴 듯한 섬뜩한 유언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의 피 속에는 이제 돌의 무정한 냉혹함과 짐승의 사나운 갈망이 함께 흐른다. 라 론하 데 라 세다가 이 땅에 단단히 뿌리박고 서 있는 한, 우리는 인간의 탈을 쓴 채 영원히 번식하고 도시의 최상위에서 지배하리라."

세바스티안은 거친 숨을 내쉬며 손에 든 촛불을 높이 들었다. 지하 자료실 구석에 놓인 때 묻은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과 함께, 라 론하 외벽에 새겨진 그 부정한 성배의 여인,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채 비웃는 키메라의 환영이 겹쳐 보였다.

발렌시아 대학교 고고학과 학생으로서 그가 탐구해 온 이 위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 뒤에는, 인간의 정기를 갈취하고 짐승의 씨앗을 섞어 괴물의 혈통을 창조하려 했던 끔찍한 연금술의 역사가 도사리고 있었다. 500년 전 풍구로 강제로 끌어올린 짐승의 정기와 가고일의 부정한 씨앗, 그리고 이사벨라가 빚어낸 키메라의 기형적인 주파수는 이 기괴한 석조 건물 전체에 스며들어, 지금도 발렌시아의 어두운 지하 혈관 속에서 서늘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라론하 데라세다 외벽의 키메라 부조 동영상: https://www.youtube.com/shorts/A7QXH_phI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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