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고서의 발견, 13번째 달의 서(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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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1장: 고서의 발견, 13번째 달의 서(書)

[안토니오 무뇨스 데그레인 - 엄마의 사랑]

[2003년 9월 10일]

2003년 9월 10일 늦은 오후, 스페인 발렌시아 대성당 지하 깊숙한 곳. 축축한 곰팡이 냄새와 퀴퀴한 종이 냄새가 뒤섞인 비밀 서고는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했다. 개강 직후 수업을 마친 발렌시아 대학교 고고학과 2학년 세바스티안은 지도교수인 에릭 폰테스 교수와 함께 1957년 발렌시아 대홍수 당시 사라진 아이들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교구 문서 보관인의 허락을 받아 폐장 직전의 봉인된 폐쇄 서고를 뒤지고 있었다.

지하 서고의 높은 창문 틈으로는 가을 밤하늘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는 휘영청한 보름달의 차가운 기운이 비스듬히 깔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바스티안은 먼지 쌓인 석재 더미 속에서 낡은 가죽 양장본 한 권을 발견했다. 표지에는 아무런 제목도 없었고, 오직 'Mensis Tredecim'이라는 라틴어 문구만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13번째 달'.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 13은 재앙을 의미했다.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기자, 고딕체의 라틴어 문장들 사이로 알 수 없는 그림들이 펼쳐졌다. 정교한 상징과 기호들이 뒤섞인 복잡한 천문도는 동양의 태음력, 즉 음력(Lunar Calendar)의 위상 변화와 교차하고 있었다. 16세기 대항해시대 당시 동방으로 떠났던 서양 선교사이자 천문학자가 남긴 기록물임이 분명했다. 스페인 성당 지하에서 마주한 동양의 역법과 라틴어 주석에 세바스티안은 불길한 예감으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의 눈길이 한 페이지에 멈췄다. 붉은 잉크로 강조된 연도들과 함께, 태양의 모양, 달의 위상, 그리고 거대한 물결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1517년. 붉은 글씨 아래에는 8월의 푸른 달과 함께 '시작(Initium)'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1957년. 다시 붉은 글씨 아래, 윤달을 뜻하는 라틴어 'Mensis Intercalaris'와 함께 거대한 파도가 도시를 삼키는 그림, 그리고 '수확(Collectio)'이라는 문장이 보였다.

세바스티안은 그 순간,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옆에 있던 에릭 폰테스 교수가 떨리는 손으로 라틴어 주석과 연도들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서양 문명의 대격변이 시작된 해로군."

다음으로 1957년의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발렌시아 대홍수... 1월에 블루문, 그리고 윤달이 든 8월… 아이들 실종." 에릭 교수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40년 단위의 반복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1997년. 붉은 글씨와 함께 '시험(Temptatio)'이라는 단어. "1997년, 발렌시아 홍수… 그리고 엘니뇨, '아이'라는 이름의 재앙…." 1957년 홍수 때 사라졌던 '황금눈의 아이들'에 대한 어풋한 괴담이 40년마다 반복되는 '시험'이었음을 두 사람은 깨달았다.

세바스티안은 고문서 하단에 적힌 라틴어 주기 수식에 손가락을 대고 멈춰 섰다.

"교수님, 여기 적힌 수식을 보십시오. 1517년이라는 첫 번째 '시작(Initium)'의 해부터 40년 단위로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라틴어 주석에는 이 40년의 단위가 총 13번 반복되어 완성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에릭 폰테스 교수가 돋보기를 집어 들고 수식을 짚어 내려갔다. 세바스티안은 수첩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펜을 움직여 직접 연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작이 1517년... 여기에 40년 주기가 13번 도래한다면... 1517 + (40 x 13)..."

"계산해 보아라, 세바스티안. 그 수식의 끝에 도착하는 연도가 몇 년인가?"

"……2037년입니다. 1957년 대홍수로부터 정확히 80년 뒤이자, 1517년 시작된 13번째 주기가 차오르는 완성의 해입니다."

에릭 교수가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모든 것이 선명했다. 이 고문서는 단순히 역법을 적은 책이 아니라, 1517년부터 시작해 40년 주기로 태양과 달이 공명하며 지상을 뒤엎을 것을 예고하는 인류에 대한 경고문이었다.

갑자기, 고문서의 페이지 사이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낡고 바싹 말라 비틀어진 물건이었다. 세바스티안은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마치 금실처럼 반짝이는 황금빛 머리카락 몇 가닥과 함께, 희미하게 빛나는 얇은 비늘 조각이었다. 비늘에서는 바다 내음과 함께 기묘하게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

그 순간, 성당 지하의 작은 창문 틈으로 차가운 보름달의 빛이 강렬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세바스티안과 에릭 폰테스 교수는 자신들이 1957년 발렌시아의 비극과 다가올 2037년 재앙 한가운데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 황금빛 머리카락과 비늘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1957년 물속으로 사라졌던 '황금눈의 아이들'의 조각이었다. 그들은 돌아오고 있었다.

세바스티안은 밀봉한 황금빛 머리카락과 비늘 조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문서의 수많은 천문 도표들과 역대 대홍수 기록들을 겹쳐 놓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는 광기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교수님, 이 고문서가 시작된 곳이 왜 발렌시아 대성당인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세바스티안이 대성당 중앙 제단 뒤편, 마노 잔으로 올려진 성배의 사진을 가리켰다.

"1437년, 아라곤 왕 알폰소 5세에 의해 성배가 이곳 발렌시아 대성당으로 옮겨져 봉인되었습니다. 성배가 발렌시아에 안치되고 파괴의 운명이 엮이기 시작한 기점으로부터 정확히 600년이 흐르는 해가 바로 2037년입니다."

"600년..." 에릭 폰테스 교수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600은 단순한 시간의 숫자가 아니다. 인간의 신경을 찢어발기는 가학적 불협화음의 주파수, 600Hz... 1437년 성배에 걸린 600년의 결계가 차오르고, 그 주파수가 한계점에 도달해 폭발하는 해가 바로 2037년이란 뜻이로군."

에릭 교수는 돋보기를 들고 천문 관측 기록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2037년은 단순한 600주년이 아니었다. 하늘과 바다의 파동이 기이하게 뒤얽히는 천문학적 '퍼펙트 스톰'의 해였다.

"보아라, 세바스티안. 2037년은 태양 흑점 극대기(Solar Maximum)일 뿐만 아니라, 한 해 동안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블루문'이 1월과 3월 두 번이나 발생하는 '더블 블루문(Double Blue Moon)'의 해다. 거기에 윤달(윤 5월)까지 중첩되어 있지."

"블루문... 라틴어 LUNA에서 유래한 광기(Lunacy)의 달. 두 배로 분출되는 영적 주파수와 함께 차원의 결계가 가장 얇아져 현실에 균열이 일어나는 해라는 뜻입니다."

"이것 보아라, 세바스티안. 내 역대 발렌시아에 대재앙을 일으켰던 대홍수들의 실제 날짜들을 동양의 태음력으로 환산해 보고 수십 번을 놀랐다."

에릭 폰테스 교수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예외가 없다. 발렌시아를 삼켰던 모든 대홍수는 오늘처럼 보름이 지나, 달이 잘려 나가 손톱만 해지는 '그믐'으로 다가갈 때 일어났다. 달의 끌림과 태양의 자기장이 지상에 가장 깊은 음영을 만드는 그 순간에 물길이 터진 거다!"

세바스티안은 교수가 짚어주는 천문 도표를 바탕으로 2037년의 음력 달력을 미친 듯이 수첩에 짚어 내려갔다.

"교수님... 그렇다면 2037년 음력 8월은... 양력으로 계산해 보면 음력 8월 보름 추석이 9월 24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달이 차올랐다가 점차 사그라들어 완전히 검은 손톱처럼 변하는 음력 8월 그믐... 음력 8월 29일이 바로..."

세바스티안이 말을 잊지 못하고 수첩을 떨어뜨렸다. 에릭 교수가 수첩에 적힌 날짜를 읽어 내렸다.

"양력 2037년 10월 8일..."

두 사람 사이에 얼음처럼 차갑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세바스티안이 창밖, 발렌시아의 하늘에 차오르기 시작하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절규하듯 중얼거렸다.

"10월 8일... 그렇다면 그 다음 날은 10월 9일, '발렌시아의 날(Día de la Comunitat Valenciana)'입니다. 1238년 아라곤의 하이메 1세 왕이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국토를 회복하고 발렌시아를 세운 성스러운 바로 그날... 발렌시아가 탄생한 축제의 날에, 도시 전체가 물속으로 침몰하며 종말을 맞이한다는 뜻입니까?"

에릭 폰테스 교수가 서늘해진 세바스티안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세바스티안은 고문서 하단에 적힌 생존 수칙을 수첩에 조용히 옮겨 적었다. 다가올 2037년 10월 8일, 80년 전 사라진 황금눈의 아이들이 물길을 타고 귀환할 때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수칙이었다.

  1. 태양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되고 저위도에 오로라가 치솟는 날, 80년 전의 배고픈 태양이 깨어난 것이다.

  2. 아이들의 눈을 보지 마라. 2037년 음력 8월 그믐, 늙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그들은 당신이 알던 가족이 아니다. 그들은 물길을 여는 이정표일 뿐이다.

  3. 높은 곳으로 가라. 그러나 인간이 세운 댐과 제방은 믿지 마라. 놈들은 물의 물리적 힘이 아니라, 시간의 틈새를 타고 들이친다.

성당 지하의 은밀한 어둠 속에서, 34년 뒤인 2037년 10월 8일이라는 종말의 시계가 째깍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2024년 8월 19일]

성당 지하에서 13번째 달의 암호를 해독한 지 어느덧 21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4년 8월 19일 밤, 전 세계 매스컴은 '슈퍼 블루문'이라는 단어로 들떠 있었다. 평소보다 14% 더 크고 30% 더 밝은 달이 뜬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강변과 옥상으로 몰려나와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발렌시아 대학교 집무실에서 세바스티안과 함께 20여 년간 기록들을 추적해 오던 에릭 폰테스 교수의 눈에 비친 것은 낭만이 아닌, 거대한 '차원의 비명'이었다.

에릭 교수는 당시 자기장 폭풍 경보에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에는 블루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기의 먼지와 태양풍이 뒤죽박죽 섞여 핏빛처럼 붉게 물든 거대한 달이 걸려 있었다.

그때였다. 집무실의 모든 전자기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서버 컴퓨터의 냉각팬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모니터 화면에는 치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1957년 발렌시아 대홍수 당시의 흑백 영상이 멋대로 재생되었다. 흙탕물에 잠긴 거리, 울부짖는 사람들... 그런데 그 노이즈 섞인 영상 한복판에, 80년 전 공식 기록지에는 존재하지 않던 형체가 나타났다.

영상 속 물결 위로,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은 흙탕 급류에 휩쓸리지도, 옷자락이 젖지도 않은 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2024년의 슈퍼 블루문 빛이 모니터를 강타하는 순간, 영상 속 아이들의 눈이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교수님... 보십시오!"

세바스티안이 창밖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외쳤다. 대학 교정의 가로등이 일제히 점멸하며 기괴한 불협화음을 내뿜고 있었다. 바다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 한복판인데도, 바람을 타고 짠 비린내와 시체 썩는 듯한 물 비린내가 진동했다.

저 멀리 도서관 건물 뒤편, 옛 투리아 강물길을 메워 만든 '투리아 정원' 공원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작은 황금색 안광이 일제히 번뜩였다. 그것은 동물이나 가로등 반사광이 아니었다. 1957년 대홍수 속으로 사라졌던 그 아이들이었다. 2037년 음력 8월 그믐, 거대한 대홍수의 본진이 들이치기 전 지상의 수위를 체크하러 온 '황금눈의 정찰대'였다.

대학 교정의 스피커에서는 고주파 소음과 함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흘러나왔고, 에릭 교수의 개인 휴대전화 화면에는 알 수 없는 라틴어 문자가 절절히 떠올랐다. 2003년 성당 지하 고문서에서 보았던 그 수칙, '아이들의 눈을 보지 마라'는 문구가 붉은 전광판처럼 번쩍였다.

에릭 폰테스 교수는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닫아걸고 연구 일지를 펼쳤다. 2003년에 도출해 냈던 2037년 10월 8일이라는 날짜 밑에, 그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펜을 꽉 쥐고 마지막 문장을 적어 넣었다.

"2024년 8월 19일. 태양이 달을 빌려 문을 두드렸다. 정찰대는 이미 도심 한복판에 도착했고, 이제 물이 차오를 차례다. 주기는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는다. 2037년 10월 8일, 음력 8월 그믐... 인류는 도망칠 곳이 없을 것이다. — 에릭 폰테스"

창밖 핏빛 블루문 아래에서, 황금빛 눈동자를 한 정찰대가 옛 강물길을 따라 고요히 발렌시아 시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본편을 향한 참혹한 카운트다운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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