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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의 식탁] 당근라페, 사워크라우트
시간의 즙을 짜내고 기다리는 시간
"우리의 육체는 하나님의 말씀(주파수)을 담는 거룩한 그릇이다."
PROJECT 2037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인간의 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물질이 아니라, 신의 주파수와 말씀을 세상에 전달하고 담아내는 '성전(Vessel)'이자 '방주'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거룩한 방주를 유지하고 가꾸는 일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할까요? 세상의 가학적이고 인공적인 소음에 오염된 우리 몸을 다시 맑은 주파수로 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매일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을 바로잡고 그 온기를 담는 정직한 원재료와 그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입니다.
[올리비아의 식탁]은 환상과 방랑의 길을 지나 마침내 마주한 최종적인 현실이자, 세포 하나하나에 가장 순수한 인장을 새겨 넣는 올리비아의 따뜻한 식사 기록입니다.
오늘 아침 올리비아가 정성껏 차려낸 식탁에는 검은 올리브를 넣어 구워낸 빵과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두 가지 특별한 요리가 올려져 있습니다.
올리브 치아바타 빵 및 올리브 오일
신선한 채소 샐러드
당근 라페 (Carrot Rapées)
사워크라우트 (Sauerkraut)
이번 치아바타를 구울 때는 올리비아에게 건포도를 좀 왕창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얼마 전 마트에서 건포도가 먹고 싶어 올리비아를 졸라 사둔 건포도가 있었는데, 식재료 배급 및 관리는 전적으로 올리비아 담당이라 먹고 싶어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리에 진심인 올리비아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치아바타에 누가 건포도를 넣어요? 올리브를 넣지."
아, 그렇지. 거무스름한 색깔만 보고 순간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럼 저 맛있는 건포도는 과연 언제쯤 먹을 수 있으려나... 다음엔 건포도가 들어가는 빵을 꼭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봐야겠습니다.
결국 원래 정석대로 검은 올리브를 넣고 구워낸 치아바타. 그런데 이번 빵은 어제 미리 발효를 시키긴 했지만 너무 밤 늦게 시작하고 게다가 밀가루도 특별한 거라 도우가 제대로 부풀기도 전에 오븐에 구워낸 빵이었습니다. 특유의 폭신폭신하고 찰진 식감을 기대했던 내 입맛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옆에서 아들은 맛있다고 잘 먹었지만 말입니다. 아부성 말을 잘 안하는 아들이라 엄아의 입맛에 익숙한 아들 입맛에는 오히려 잘 맞는 모양입니다. 치아바타 빵 역시 제맛을 내어 근사한 풍미를 발휘하려면 충분한 발효와 숙성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은 접시 위의 당근 라페와 사워크라우트를 바라볼 때 더욱 깊어집니다.
이 두 요리 역시 밭에서 갓 따와 바로 드레싱에 버무려 먹는 생채소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소금에 절여 단단했던 수분을 짜내고, 스스로의 숨을 죽인 뒤, 묵묵히 시간의 그늘 속에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제 맛을 내기 시작합니다.
소금에 절여지고 꽉 짜여진 채 스스로의 즙에 잠겨 긴 침묵을 견디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효소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일합니다. 채소 본연의 거친 매운맛과 뻣뻣함을 깊고 유연한 감칠맛, 그리고 기분 좋은 산미로 바꾸어 놓는 것이지요.
충분히 절여지고 꽉 짜여진 시간을 고스란히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깊은 풍미를 지닌 제대로 된 음식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소금에 절여지고 짠 즙을 내보내며 시간의 그늘을 견디는 저 당근과 양배추,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던 치아바타처럼...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는 지금 소금에 절여져 단단한 숨을 죽여가는 단계일까, 아니면 알맞게 익어 깊은 산미와 풍미를 품어내는 숙성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걸까?"
그 답은 지나온 방랑보다, 앞으로 내가 견뎌낼 침묵의 시간과 그 안에 담아낼 진실이 말해주리라 믿습니다.
시간을 품은 올리브 치아바타 & 샐러드: 가공되지 않은 정직한 양식으로 지친 몸과 신경을 완화하고 깊은 평온을 선사합니다.
소금에 절여 만든 당근 라페 & 사워크라우트: 세상의 소음과 자극에 치인 육체의 거친 기운을 죽이고, 시간의 숙성을 거쳐 정갈한 생명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줍니다.
인공 조미료 없는 순수한 아침: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 진정한 주파수를 들을 수 있게 돕는 맑은 정화의 양식입니다.
오랜 방랑의 길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현혹과 소음들... 하지만 그 긴 방주의 여정 끝에서 나를 온전히 현실로 돌아오게 하고, 몸과 영혼을 다시 바로 세우게 해준 것은 바로 올리비아가 차려준 이 따뜻하고 정직한 한 끼였습니다.
우리의 삶이나 우리가 써내려가는 깊은 이야기들 역시, 제대로 부풀어 오르기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세상의 소금에 절여져 수많은 감정의 즙을 짜내는 고된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을 진하게 울리는 묵직한 숙성의 맛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육체를 거룩한 말씀의 그릇으로 온전히 가꾸어갈 수 있도록, 매일 향기롭고 이로운 식탁을 선물해 주는 나의 올리비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이 정성 가득한 일상의 한 끼를 받으며, 나는 오늘도 시간을 견디며 숙성되어 가는 내 삶이라는 성전을 사랑과 순수한 진실로 단단하고 거룩하게 채워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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