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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37 #발렌시아 #발렌시아의인장 #1권 #대홍수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2-2장 발렌시아의 대홍수
창밖, 핏빛 블루문 아래로 정찰대가 걸어오고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들이 칼라트라바가 세운 하얀 뼈 구조물을 향해, 옛 강물길을 따라 고요히 나아갔다.
세바스티안은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닫아걸었다. 옆에 선 에릭 폰테스 교수는 가슴을 짓눌러 오는 압박감에 숨을 몰아쉬었다. 스승이 두려워하는 것은 다가올 대홍수 그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제자가 끝내 고서의 궤적을 완성해 내고, 그 잔혹한 운명의 톱니바퀴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세바스티안은 책상 위 연구 일지를 펼쳤다. 2003년 대성당 지하 서고에서 발견했던 그 고서. 그는 이것이 학계가 검증한 정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고서의 암호와 천문 수치, 성배 연대기를 스스로 대조해 세운 파동 가설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21년 동안, 단 한 줄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세바스티안의 손끝이 일지 위, 붉은 잉크로 꾹꾹 눌러쓴 핵심 구절들을 천천히 훑었다. 완성된 답안지가 아닌, 4천4백 년 동안 이어진 심연의 궤적이 단절된 문장과 숫자로 흩어져 있었다.
기원전 2364년경 ── 태초의 정화, 노아의 대홍수. 심연의 창문이 열린 원년. 지상은 440Hz라는 첫 번째 공명을 품기 시작했다.
1437년 ── 성배의 발렌시아 안치. 인장 S. 성벽 안쪽에 9개의 주파수 봉인이 완성되다. 파괴와 구원의 600년 카운트다운 시작.
1957년 10월 14일 ── 발렌시아 대홍수 그란 리아다. 인장 A. 흑점 극대기 Cycle 19와 블루문의 충돌. 투리아 강 수몰. 80년 전 흑백 영상 속 황금눈 정찰대의 첫 지상 흔적.
2024년 8월 19일 ── 붉은 슈퍼 블루문. 인장 N. 전자기기 노이즈, 도심 속 시체 썩는 물 비린내. 1957년에 사라졌던 정찰대가 투리아 정원에 재집결하다.
2037년 10월 8일, 음력 8월 그믐 ── 최종 충돌. 인장 E 그리고 다시 인장 A. 노아의 대홍수 이후 exact 4천4백 년, 곧 440Hz 공명의 10배 주기와 성배 안치 600년 봉인의 역공명이 교차하는 지점. 1957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 심연의 인장 A. 신인류 방주의 완성 또는 완벽한 소멸.
"교수님."
세바스티안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세바스티안은 1957년에 그란 리아다를 부렀던 심연의 인장 A가 2037년의 종말 지점에 정확히 다시 겹쳐 박혀 있는 것을 보며, 이것이 우연이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운명임을 확신했다.
그는 2003년 세 사람이 함께 풀어냈던 2037년 10월 8일이라는 날짜 밑으로 펜을 가져갔다. 440Hz의 지상 파동이 찢어지고 600년 봉인의 역공명이 온 도시를 덮칠 그날의 마침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붉은 펜을 꽉 쥔 세바스티안은 일지 맨 아래에 문장을 적어 넣었다. 붉은 잉크는 마지막 마침표에서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2024년 8월 19일. 태양은 달을 빌려 첫 번째 문을 두드렸다. 정찰대는 이미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남은 것은 단 하나. 물이 언제 기억을 되찾느냐뿐이다.
폰테스 교수는 제자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스승의 묵직한 체온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거대한 경련이었다.
세바스티안은 조용히 펜을 내려놓고 창밖, 어둠 속을 걸어가는 황금빛 안광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기는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틀릴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을 견디는 일이었다.
댓글
※ 이 글은 집필 중인 『PROJECT 2037』의 작업 원고입니다.
답글삭제역사와 미술, 건축, 그리고 스페인 현지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하고 있으며, 지금도 사실 확인과 자료 검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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