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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37 #발렌시아 #발렌시아의인장 #1권 #파야스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3-2장: 파야스
축제의 기원
사군토 용광로의 백색 불꽃 속에서 성배의 파편을 맞아 악마로 각성한 가고일들은 용광로의 백색 쇳물과 성배의 에너지가
결합하여 날개와 몸뚱이에 불이 붙은 채 치솟아 올랐다. 고통과 광기에 휩싸인 돌짐승들은 붉은 연기와
검은 그을음을 내뿜으며, 자신들에게 이 참극을 안기고 도망쳐 숨어버린 사제 세바스티안을 찾기 위해 발렌시아
상공으로 미친 듯이 날아들었다.
밤하늘을 뒤덮은 가고일들의 날개짓은 잔혹한 화마의 춤판이었다. 그들이
거칠게 퍼덕이는 날개깃 사이로 성배의 쇳물 파편과 불덩어리들이 발렌시아 도심 한가운데로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대성당
지붕의 뾰족한 첨탑, 낡은 목조 지붕들, 그리고 짓밟힌 오렌지꽃
향기가 감돌던 유황 냄새 가득한 골목길마다 불길이 치솟았다. 발렌시아 전체는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며 비명과 절규가 난무하는 아비규환의 난장판으로 변해갔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덩이와 함께 발렌시아 시민들을 압도한 것은 돌짐승들이 내뿜는 기괴한 공명음이었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귀가 아닌 뼈와 뇌를 흔드는 가학적인 진동이자, 가고일들이
뿜어내는 잔혹한 소음이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당황했으나 이내 살기 위한 필사적인 저항을 시작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불길과 상공의 악마들에 맞서기 위해, 발렌시아인들은
목수들의 구역을 시작으로 집안에 있던 모든 나무 가구, 낡은 집기, 목재
작업대의 부산물과 땔감을 광장과 길목마다 끌어내 모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고일들이 아예 도심 하층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도시 전역에 거대한 나무 더미를 쌓아 올리고 불을 지폈다.
"불에는 불로 대응한다!"
목숨을 건 시민들이 지펴 올린 수십, 수백 개의 맞불 기둥은 밤하늘을
불기둥으로 덮었다. 엄청난 열기와 사방으로 터지는 화염의 장벽은 세바스티안을 추격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던 가고일들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렸다. 성배의 파편과 맞불의 불길 사이에서 공명 주파수의 혼선을 일으킨
가고일들은 비명을 지르며 대성당 외곽의 그늘진 석조 건물 벽면 및 어두운 회랑 사이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의 지옥도 상부]
다음 날 아침, 살아남은 목수들과 사람들은 잿더미가 된 나무 더미를
성 요셉 축일의 정화 의식이었다고 둘러댔고, 대성당과 상인들은 악몽 같던 그날 밤을 침묵 속으로 강제로
묻어버렸다. 공식 기록은 그 사투를 기억하지 못했다.
후대의 역사는 이 1437년 3월 19일 밤의 사투를 "봄을 맞이하여 목수들이 한 해 동안
사용한 낡은 나무 받침대(Parot)와 촛대를 태우며 정화를 기원하던 풍습"으로 미화하고 기록했다. 그러나 후대가 즐기는 화려한 불꽃과
거대한 인형(Falla)의 진짜 정체는, 성배의 파편을 맞고
폭주한 가고일들을 막기 위해 온 도시의 나무를 긁어모아 만든 처절한 '맞불의 결계'였다.
오늘날 매년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볼거리 '파야스(Las Fallas) 축제'는
600년 전 그 참혹했던 밤의 잔재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현대 파야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니노트(Ninot)'라 불리는 수백 개의 거대한 목조 및 스티로폼 인형들은 사실
1437년 밤, 맞불 속에 휩싸여 괴기하게 타들어가던 가고일과 탐욕스러운 사제·상인들의 모습을 희화화한 형상에서 시작되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이 기괴하고 화려한 인형 구조물들은 축제의 마지막 날인 3월 19일
밤 12시, '라 크레마(La
Cremà, 태우기)' 의식을 통해 일제히 화염 속으로 사라진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환호하지만, 그 불길은
사실 가고일을 유인해 불태우려 했던 1437년 밤의 피비린내 나는 맞불의 재현이다.
또한 축제 기간 내내 발렌시아 시청 광장에서 매일 낮 2시마다 터지는
폭죽 쇼 '마스클레타(Mascletà)'는 땅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진동과 폭음, 짙은 화약 연기를 유발한다. 관광객들은
이를 사운드 아트라 칭송하지만, 본질은 1437년 성배가
용광로에서 파괴될 때 발생했던 공명음과 화약 냄새를 기억하는 대지의 비명이자 가고일을 쫓기 위한 음향적 방어선의 흔적이다.
축제 기간 발렌시아의 온 거리를 채우는 오렌지꽃(Azahar) 향기와
매캐한 화약 연기의 기묘한 섞임은, 가짜 성배를 환영하던 3월 18일의 달콤한 현혹과 3월 19일의
매캐한 타락이 교차하던 그날 밤의 감각적 유산이다. 사람들은 봄을 환영하고 죄를 정화한다고 믿으며 불꽃놀이를
즐기지만, 발렌시아라는 도시의 깊은 대지는 600년 전 악마로
변한 가고일들과 피를 흘린 사제 세바스티안의 비극을 불길 속에서 여전히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용광로의 지옥에서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온 사제 세바스티안은 자신이 인류를 구원한 것이 아니라 성배의 저주를
조각내어 세상에 퍼뜨렸다는 참혹한 자책감에 무너져 내렸다. 폭발 파편으로 한쪽 눈이 금빛으로 물든 '황금눈'을 얻게 된 그는 자신의 특별한 감각과 이 기괴한 비극의
결말을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다.
세바스티안은 훗날 탐욕의 기둥이 세워질 지하 하수도 밀실로 숨어들었다. 그는
피와 눈물로 피고 젖은 양피지에 참회의 기록을 남기며, 성배가 뿜어내던 600Hz의 기괴한 주파수와 비극의 진실을 적어 내려간 채 자신의 존재를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것이 훗날 3권 파리 편에서 언급될, 부정한 기록과 성배의 파동을 다룬 비밀 문서의 시작이었다.
한편, 성배 파편의 에너지를 받아
400년이라는 시한부 수명을 얻었던 가고일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그 강렬했던 동력을 잃어갔다.
1437년의 폭발적인 전성기를 지나 수십 년이 흐르자 비행 능력을 잃었고, 발렌시아 대성당과
주요 건물들의 높은 지붕 구석에 매달려 서서히 석화되어 갔다. 1800년대 초, 약 360년의 세월이 흘러 가고일들의 마지막 동력이 완전히 바닥나며
단단한 차가운 돌로 돌아가던 황혼기,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가 그 현장에 서 있었다.
고야는 악마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상상'이나 '광기'라 부른 화폭 속 기괴한 형상들은, 사실 그가 발렌시아 대성당 어두운
회랑에서 눈으로 직접 목격한 가고일의 마지막 석화와 은밀한 예언의 기록이었다. 고야는 그 괴물의 죽음과
가고일들이 남긴 오컬트적 잔영, 그리고 다가올 2037년의
예언을 발렌시아 대성당에 남길 비밀 성화 배경 속에 유황 물감과 특수 인장으로 몰래 박제해 두었다.
역사는 가고일을 단순한 석조 조각상으로 기억하고 파야스를 화려한 축제로 여길 것이지만, 대성당 지붕 위의 돌짐승들은 2037년 다시 성배의 주파수가 울려
퍼질 그날을 기다리며 차가운 석화 속에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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