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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37 #발렌시아 #발렌시아의인장 #1권 #파트리아카 #리워야단 #엘카이만
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3-12장: 파트리아카의 리워야단
세바스티안과 에릭 교수의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발렌시아의 숨겨진 보석, 엘 파트리아카 성당(Real Colegio Seminario del Corpus Christi - El Patriarca)의 서늘한 회랑 아래였다.
발렌시아의 대주교이자 추기경이었던 후안 데 리베라(Juan de Ribera)가 세운 이 성당은 단순한 신학교나 예배당이 아니었다. 그는 무너져가는 신앙의 시대에 교회를 지키기 위해 돌로 된 성채를 세웠다. 그러나 세바스티안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신학적 요새가 아니었다. 돌과 성화 아래에는 인간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 잠들어 있었다.
에릭 교수가 성당 벽면 높이 걸려 있는, 어둡고 기괴한 형체의 박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먼지와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 입을 벌리고 있는 거대한 악어—발렌시아인들이 '엘 카이만(El Caimán)'이라 부르는 괴수였다.
"사람들은 저것을 17세기 초 투리아(Turia) 강 습지에 나타나 사람들을 집어삼키던 악어 전설로만 알고 있지."
에릭 교수가 안경을 고쳐 쓰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전설에 따르면, 발렌시아 비옥한 농경지 우에르타(Huerta)의 갈대밭과 수로 사이에 숨어 지내던 기괴한 파충류 괴수가 있었네. 벼락처럼 튀어나와 농부들을 사냥하던 잔혹하고 침묵하는 포식자였지. 그 괴수가 도시를 공포에 빠뜨렸을 때, 한 용기 있는 기사가 빛나는 거울을 붙여 만든 갑옷을 입고 나섰네. 괴수가 커다란 주둥이를 벌려 기사를 삼키려던 순간, 반짝이는 거울 갑옷에 반사된 찰나의 빛이 놈의 시야를 가렸고, 기사는 그 틈을 타 굵은 창으로 괴수의 목구멍을 관통시켜 제압했다고 전해지지."
세바스티안은 벽면에 고정된 거친 가죽과 날카로운 이빨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엘 파트리아카 성당 회랑에 걸린 엘 카이만(El Caimán)]
하지만 교수님, 단순한 파충류라고 보기엔 이 벽면 전체를 타고 흐르는 진동이 너무 강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악어라고 부르지, 세바스티안.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를 늘 가장 익숙한 이름으로 부르는 법이라네."
에릭 교수의 눈빛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진짜 기록이 전하는 역사적 사실은 따로 있네. 이 동물은 원래 페루 부왕령에서 보내온 신대륙의 어린 카이만이었네. 대주교는 이 짐승에게 1571년 가톨릭 결사대가 이슬람 해군을 잠재웠던 그 위대한 승리의 이름을 따서 '레판토(Lepanto)'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 레판토는 알보라이아 거리의 대주교 저택 정원에서 수십 년간 거대하게 자라났고... 마침내 1606년 6월 7일에 숨을 거두었네."
"1606년 6월 7일..." 세바스티안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 대주교는 이 악어가 죽자 시체를 성당 회랑 벽에 걸도록 명했지. 이 성당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거룩한 성소 안에서 갖춰야 할 '경건한 침묵(Respetuoso silencio)'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고 안내판은 말하네."
에릭 교수는 성당 벽면에 새겨진 스페인어 안내판 문구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침묵(Silencio)'... 세바스티안, 자네는 이 단어가 단순히 입을 다무는 정적(靜寂)을 뜻한다고 생각하나? 후대의 안내판에 남겨진 이 두 단어, '경건한 침묵'이야말로 외부의 부정한 소음을 차단하고 주파수의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봉인 암호라네. 외부의 부정한 파동을 끄고, 오직 내면의 거룩한 진동만을 남기는 거룩한 수용성... 그것이 바로 우리가 완성해야 할 S-I-L-E-N-C-E의 본질이지."
세바스티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벽에 걸린 박제된 악어가 삼켜버린 사백 년의 침묵이, 붉은 파장의 형태로 세바스티안의 눈앞에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렇다면 후안 데 리베라 대주교가 말한 '경건한 침묵'은..."
"그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피레네의 불협화음을 성당이라는 그릇 안에 가두고, 그 위를 '침묵'이라는 완벽한 결계로 덮어버린 것이라네. 성배의 여정에 남겨진 공명의 흔적을 추출해 그 생체 공명 대역으로 생명의 마지막 진동을 고정한 뒤 회랑 벽면에 봉인한 거지. 저 가죽은 외부의 소음을 튕겨내고 내부의 진동을 완벽히 흡수하는 생물학적 음향 방벽이었다네."
에릭 교수는 품속에서 수백 년 된 깊은 목재 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의 뚜껑이 열리자, 붉은빛을 띠는 오목한 렌즈와 기이한 광택의 검고 묵직한 프레임이 완벽하게 결합된 유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시조가 남긴 첫 번째 눈이라네."
세바스티안은 움직임을 멈췄다. 2004년 발렌시아 대성당 천장화 뒤편에서 주파수 암호와 기록만을 발굴했을 뿐, 이런 완벽한 실물 유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교수님... 시조 산 레오카디오 마스터의 유물이 어떻게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는 겁니다?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세바스티안은 순간 깨달았다.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스승인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준비해온 또 다른 계승자인지 알 수 없었다.
에릭 교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평정심을 유지하며 서사를 풀었다.
"완성은 시대를 건너 이루어졌네. 1474년, 발렌시아 대성당 천장에 9종의 악기를 봉인했던 시조 산 레오카디오, 후대가 'The Source'라 부른 존재는 피레네 산맥의 깊은 지맥을 탐사하다 생체 공명을 머금은 피레네의 붉은 사암(Red Sandstone)을 발견했지. 당시 발렌시아는 지중해 무역과 음악, 천문학이 교차하던 르네상스의 문턱에 서 있었고, 산 레오카디오는 인간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또 다른 조화를 찾고 있었네. 그는 사암에서 미네랄의 정수만을 녹여내어 부정한 소음과 거짓 빛을 투과시키는 붉은 렌즈를 만들었지."
에릭 교수가 케이스 속 검은 프레임 위로 손가락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세바스티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검은 뼈의 질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 세기가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의지를 이은 계승자가 파트리아카에 봉인된 리워야단의 두개골 뼈를 정밀하게 깎아 프레임을 만들고 렌즈를 결합시켰네. 세간에서는 이를 단순한 '악어뼈 안경'이라 불렀지만, 시조의 기록에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남아 있지. 오큘루스 레비아탄(Oculus Leviathan)—'리워야단의 눈'. 이 유물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경위는... 아직 자네가 물을 때가 아니네."
에릭 교수는 손끝 하나 떨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완벽한 형태로 거듭난 오큘루스 레비아탄을 세바스티안의 손에 쥐여주었다. 프레임의 경계면마다 시조와 계승자가 새겨넣은 미세한 9개의 주파수 암호(S-A-L-V-A-C-I-O-N)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이 안경을 쓰는 순간," 에릭 교수의 목소리가 회랑에 낮게 울렸다. "자네는 인간의 눈으로 보는 허상의 빛을 넘어, 사물과 인간의 세포 속에 흐르는 주파수의 파동을 직접 보게 될 걸세. 리워야단이 지녔던 '심해의 안목'이 자네의 영안이 되는 거지.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라'던 그 말씀의 물리적 열쇠가 바로 이것이라네."
세바스티안은 손바닥을 죄어오는 차갑고 기괴한 뼈의 감촉에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써서 파트리아카 성당의 제단을 바라보는 순간,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
붉은 사암 렌즈를 투과하자 차가운 대리석의 표면이 거짓말처럼 벗겨지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주파수의 혈관들이 기괴하게 펄떡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벽에 걸린 박제된 악어의 입에서 사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생체 공명의 울림이 붉은 파장으로 변해 그의 눈앞을 뒤덮었다.
세바스티안은 리워야단이 열어버린 제3의 눈, 영안(靈眼)의 무게에 비틀거리며 회랑의 기둥을 잡고 나지막이 독백했다.
"서로 다른 시대에서 만들어진 두 유물이 백삼십 년의 시간을 넘어 결국 만났듯이... 교수님... 저를 수제자로 받아들이고 고고학자의 길로 인도하셨던 그 순간부터... 이미 피할 수 없는 톱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 거군요."
그 순간 세바스티안은 깨달았다. 자신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또 하나의 눈이었다.
세바스티안의 떨리는 독백 위로, 파트리아카 성당의 오래된 종소리가 서늘한 회랑의 어둠을 천천히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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