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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식물 : 상수리나무 - 식탁과 삶을 풍요롭게 채우는 나무

성경의 식물 :
상수리나무 -  식탁과 삶을 풍요롭게 채우는 나무

얼마 전 토요일, 교회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집' 봉사에 다녀왔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 댁을 찾아가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며 청소를 해 드리고,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드리는 뜻깊은 봉사였습니다.

이전 교회에서는 매달 집수리 봉사를 꾸준히 해왔지만, 지금 섬기는 교회에서는 차량 사역팀 봉사 외에 외부 봉사는 비정기적으로만 참여하고 있어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단톡방에 봉사 안내 공지가 올라왔고, 잠시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신청했습니다.

인원이 많아 선착순 경쟁이 치열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참여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직은 치열한 선착순이 아니었고, 신청하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감사한 자리였습니다. 기존의 든든한 고정 멤버 몇 분 외에 신규 신청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이번에 새로 참여한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자리에 부르심을 받았다는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임했습니다.

제가 찾아간 어르신 댁은 이름은 잘 몰랐지만, 소설책을 여러 권 내신 소설가셨습니다. 최근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저로서는 이 만남이 매달 봉사를 나오라는 하나님의 작은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해외 출장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매달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청소를 깔끔히 마치고 정성껏 점심을 대접해 드린 뒤, 봉사자들도 옹기종기 모여 어르신들과 같은 메뉴로 식사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반가운 음식을 만났습니다. 평소 무척 좋아하는 도토리묵, 정확히는 시원한 육수를 흥건히 붓고 밥을 말아 먹는 도토리묵밥이었습니다.


[봉사 후 먹은 꿀맛 같았던 도토리묵] 


찰랑거리는 도토리묵밥을 한 숟가락 넘기며, 문득 이 도토리를 품어내는 나무이자 성경 곳곳에 깊은 믿음의 자취로 등장하는 상수리나무(참나무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상수리나무는 성경에 무려 38번이나 언급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시편 29:9 포함, 성경 난제편 참고).

상수리나무는 흔히 떠올리는 도토리 열매뿐 아니라, 우리의 식문화와 조리 과학 전반에서 인류의 미각을 다채롭게 채워온 고마운 나무입니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을 물에 우려내어 전분을 추출해 만든 묵은 흉년을 버티게 해준 구황작물이자 고유의 별미입니다. 그 가루는 전, 면, 떡 등 다양한 별미로도 확장됩니다.

상수리나무 껍질은 '상두피', 열매 껍질은 '상실각'이라 하여 한방에서 수렴 작용과 지사제로 사용했습니다. 나무의 껍질은 옻독 해독에도 효과가 있는데 저는 어릴때 주변에 옻나무가 많아 자주 옻오름이 올라 가렵고 물집이 생겨 힘들어했는데 상수리나무 껍질 우린물이 특효약이라 하여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정말 단기간에 깨끗하게 나은 적이 있습니다. 어린잎을 정성껏 덖어 차로 마시면 은은한 훈연향과 쌉싸름한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고온에서 구워낸 참나무 활성탄 가루는 체내 독소 흡착과 소화기 정화 목적으로 민간과 현대 의학에서도 활용됩니다.

상수리나무 원목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영지버섯이 자라나기에 가장 이상적인 모태입니다. 나무의 섬유질과 영양을 버섯이 그대로 흡수하여 특유의 감칠맛(구아닐산)과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상수리나무 수액에 모여드는 곤충과 꿀벌이 만드는 감로꿀, 울창한 그늘 아래 부엽토에서 자라나는 산나물 또한 이 나무가 조성한 생태계가 주는 귀한 선물입니다.

상수리나무로 만든 참숯(백탄/흑탄)은 연기 없이 일정한 고온의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재료의 겉을 빠르게 익히고 육즙을 가두어 줍니다.

바비큐나 베이컨을 조리할 때 참나무 칩을 태워 훈연하면, 육류에 묵직하고 구수한 참나무 특유의 풍미가 스며듭니다.

서양에서는 참나무 목재가 와인, 위스키, 식초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의 원료가 되어 바닐린과 타닌 성분, 그리고 미세한 산소 호흡을 통해 깊은 발효 풍미를 완성합니다.

간장을 담글 때 장독에 띄우는 참숯은 불순물과 냄새를 흡착하고 잡균 번식을 막아주는 천연 정화제 역할을 합니다.

타닌 성분의 천연 방부 효과를 활용해 떡이나 음식을 상수리 잎으로 감싸 보관 기간을 늘리고 은은한 향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풍성한 결실을 내어주는 상수리나무의 시작은 봄철에 피어나는 꽃에서 비롯됩니다.  밤나무나 상수리나무 같은 견과류 나무들은 봄이 되면 노랗고 길쭉한 수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다시피 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참나무 꽃의 대부분은 수꽃입니다. 반면 열매를 맺는 암꽃은 크기가 매우 작고 수줍게 숨어 있어, 일부러 유심히 찾는 사람만 겨우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묵묵히 숨어서 가을의 도토리를 준비하는 암꽃의 모습은, 마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섬기는 봉사의 손길을 닮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평소 꽃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제가 직접 담은 것들입니다.

< 상수리나무의 주렁주렁 늘어진 수꽃,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암꽃, 도토리열매 >

봉사 후 땀을 식히며 마주했던 도토리묵밥 한 그릇에서 시작해, 봄날 묵묵히 피어난 꽃 한 송이, 고목 속 버섯과 숯에 이르기까지... 상수리나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나무입니다.

성경에서도 상수리나무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단을 쌓고 약속을 받았던 '마므레 상수리나무 숲'(창세기 13:18), 지친 영혼들이 그늘 아래 쉬어가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던 안식과 임재의 장소가 바로 상수리나무 아래였습니다.

우리 식탁에서는 소박한 묵과 차로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성경 속에서는 거룩한 안식처가 되어준 상수리나무. 오늘 하루 지친 이웃을 위해 먼지를 털어내고 따뜻한 한 끼를 나누었던 그 시간처럼, 우리 삶 역시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든든한 상수리나무 한 그루로 서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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