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샐러드, 치아바타빵

Stanley의 유년 시절 : 1980년, 국민학교 6학년의 일기 - 모 심기


1980년 6월 1일 일요일 날씨 흐림

"모 심기" 

아침부터 모심기를 했다. 

나는 피를 뽑았다. 

우리 모심기에는 큰집 작은집 어른들이 모두 했다. 

그 대신 우리도 다른집이 모심기 하면 해 준다. 

아침 때는 모두 모를 쪘고 다 쪄고 나서는 모를 심었다. 

나는 모를 날랐다.


힘은 모든 것을 정복하지만 그 승리는 극히 짧은 것이다. (링컨)


위 내용에 대해 좀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일단 6월1일 모내기를 했는데 중부지방에서 충분히 자연스러운 모내기 시기였습니다. 보통 5월 하순부터 모내기를 하는데 천수답의 경우 비가 와야 모를 낼 수가 있어서 늦으면 6월 중하순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모가 너무 웃자라서 모를 찌기도 심기도 어렵고, 또 제대로 살아남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모를 찐다는 것은 볍씨를 뿌려 싹을 틔운 어린 모, 즉 못자리에서 자란 모를 논에 심기 위해 뿌리 쪽을 손으로 움켜잡기 좋은 크기로 떼어내고 흙을 털어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그리고 운송을 위해 적당한 크기로 볏짚으로 묶습니다. 못자리에서 모를 찐 뒤, 본격적으로 논에 모를 심기 전에 거치는 밑작업입니다.

피는 논이나 못자리에서 벼와 비슷하게 자라는 한해살이 풀입니다. 어렸을 때는 벼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영양분을 빼앗아가고 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벼농사를 망치지 않으려면 일일이 손으로 골라 뽑아주어야 합니다.

모심기(모내기)는 미리 갈아두고 물을 대어놓은 뒤 써레질로 부드럽게 해놓은 논에, 어린 모를 3~4포기씩 떼어 일정한 간격으로 깊숙이 꽂아 넣는 과정입니다. 과거에는 기계화가 되어 있지 않아 온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일일이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직접 심어야 했습니다.

다른 집이 모심기하면 해 준다는 대목(품앗이 문화)은, 농번기에는 한 집의 일손만으로는 벼농사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보여줍니다. 일기장의 "큰집 작은집 어른들이 모두 했다"는 구절처럼, 이웃끼리 서로의 일손을 번갈아 돕는 전통적인 협동 노동 방식인 품앗이를 보여줍니다. 

어른들이 못자리에서 모를 찔 때 저는 그 정도의 힘든 일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못자리에 난 피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모를 다 찌고 모내기를 시작하면, 저는 찐 모를 모내기하는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얌전히 가져다 주면 좋았겠지요.

저는 걷기 힘든 무논에서 조금이라도 덜 걷기 위해 멀리서 던져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모를 묶은 볏짚이 풀어져 모가 제각각 날아다니기도 했고, 잘못 던지면  흙탕물이 사방으로 튀어 모를 심던 어른들이 흙탕물을 뒤집어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를 다 나른 다음에는 모도 심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심은 모는 깊이 심기지 않아 위로 뜨는 것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모는 심지 말고 줄이나 옮기라고 하셔서, 결국 못줄을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모는 몇 줄만 심었는데도 손가락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허리를 완전히 숙여 모를 심다 보니 허리도 너무 아팠습니다. 사실 더 하라고 해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역시나 새참 때였던 것 같습니다. 이날 먹은 것은 생각이 안 나지만 이런 모내기를 할 때면 나름 먹을 것은 풍족했던 것 같습니다. 밥, 감자, 국수, 술빵, 전 등 여러 가지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술빵을 자주 만들었는데 그게 참 별미였던 것 같습니다. 농사일에서 막걸리는 절대 빠지지 않았구요. 어리지만 술주전자 심부름을 하면서 주둥이에 대고 홀짝홀짝 마셔본 경험으로는 꽤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른들께서는 논둑을 만들면서 발견되는 메뿌리도 맛있다며 저에게 주셨는데 그 가늘고 긴 새하얀 메뿌리를 대충 옷에 닦아서 먹어 보았는데 아삭아삭한 식감에 달큼한 것이 참 맛있었습니다.  논두렁 주변에 막 솟아오르고 있는 피기 직전의 삘기도 맛있는 디저트였습니다. 껌처럼 질겅질겅 씹었던 그 맛이 아직도 아련합니다. 

아마 어른들에게는 농사일을 도와주는 아이가 아니라, 농사일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아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하지만 나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