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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만난 탄천자라와 처음 만난 까투리]
2026년 9월 18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삼성동에서 종일 이어지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전, 잠시 짬을 내어 출근길에 탄천으로 들어섰다.
요즘 탄천을 거닐며 틈틈이 영어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는 산책을 즐기는데, 천변의 물길을 걸으며 눈앞의 생명들을 영어로 바꿔보며 하나씩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도 지식이 쌓이는 기분이 들어 좋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만히 눈치를 살피고 있는 탄천의 한량, 자라(softshell turtle)가 먼저 눈에 들어와 사진에 담아보았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은빛 요정 피라미(pale chub) 떼가 배를 뒤집으며 햇살을 반사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곁에는 어제 마주쳤던 묵직하고 빵빵한 잉어(hefty carp)와 얼룩덜룩한 가물치(snakehead)가 나란히 유영하고 있었다.
가물치가 곁을 유유히 맴돌아도 탄천의 터줏대감인 잉어는 그저 무덤덤하게 제 자리를 지킨다.
반면 수중의 암살자처럼 서늘한 아우라를 풍기는 가물치가 지날 때마다 작은 물고기들은 본능적으로 길을 터주며 슬슬 자리를 피한다.
그런데 저 멀리 풀숲에서 이곳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꿩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끼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까투리였다.
거리가 멀어 남겨둔 동영상에는 흐릿한 실루엣만 잡혔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야생의 암꿩을 마주한 순간은 꽤나 반가운 일이었다.
어릴 때 먹은 꿩고기가 맛이 참 좋았는데...
뭐든 결국 먹는 것으로 연결하고 마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난다.
까투리를 영어로 생각해 보았으나 당연하게도 떠오르지 않아 단어를 찾아보았다.
장끼(수꿩): cock pheasant
까투리(암꿩): hen pheasant
꺼병이(어린 꿩): pheasant chick (요 꺼병이라는 단어는 처음 알게 되었다)
찾아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소작농이나 농민을 뜻하는 peasant와 꿩을 뜻하는 pheasant가 생김새도 소리도 묘하게 닮았다는 사실이다.
농민은 입술을 닫았다 떼며 가볍게 터뜨리는 P 발음이고, 꿩(pheasant)은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며 바람을 빼는 F 발음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우리말의 유래도 찾아보니 재미 있다.
꿩의 새끼인 꺼병이는 깃털이 거칠어 모양새가 볼품없고, 위험이 닥쳐도 주변을 살피지 못한 채 머리만 풀숲에 처박는 어설픈 습성이 있다.
어릴 적 그렇게 쉽게 꺼병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둔한 습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별로 마음에 드는 별명이 아니긴 한데 나도 어릴 때 한동안 꺼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행동이나 차림새가 엉성하고 어수룩한 사람을 일컬어 꺼벙하다라고 하는데, 이 말이 꺼병이에서 유래한 말이라 한다.
품에 품어 집으로 데려왔지만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꺼병이들 생각에, 옛 일기장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조만간 그 시절의 기록도 꺼내어 정리해 봐야겠다.
오늘 아침 탄천에서 마주친 생태계의 풍경과 꼬리를 물고 이어진 단어들, 그리고 뜻밖의 귀한 까투리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이어진 세미나도 한결 신났다.
탄천 까투리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B6Zgfh2GUms
탄천 자라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A8HhgsNKRsA
유년 시절 꿩 추억 => https://www.theproject2037.com/2026/09/stanley_01470531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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