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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9일 화요일, 날씨 맑음
오늘도 점심을 후다닥 먹고 탄천으로 자라를 보러 나갔다.
입구에 늘 보던 그 길목, 유난히 사람인 나를 경계하지 않는 까치 한 녀석이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먹이를 찾느라 바쁘다. 흙을 연신 쪼아대며 지렁이 사냥을 잘도 한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녀석의 정수리가 꽤 빽빽해졌다. 듬성듬성 속살을 드러내던 대머리까치의 머리숱이 제법 무성하게 차올랐다. 녀석이 늘 같은 자리에 있었고, 깃갈이 탓에 머리가 벗겨졌다는 사실을 매일 보아왔기에 알아챌 수 있었다. 오늘 처음 마주쳤다면 그저 말끔하고 준수한 까치 한 마리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도 내 눈엔 여전히 장난기 어린 그 녀석이다. 한번 대머리는 영원한 대머리라며 속으로 슬쩍 놀려본다.
까치는 대표적인 텃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꽤 오랜 기간 같은 일대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제 마주친 녀석은 오늘도, 내일도 같은 녀석일 가능성이 높다. 여럿이 모여 있다면 갓 둥지를 떠난 새끼를 돌보는 가족일 수도 있고, 영역을 함께 지키는 무리일 수도 있다.
까치는 자기 구역에 다른 개체나 침입자가 들어서면 악착같이 쫓아낸다. 텃세의 자연계 대표 선수를 꼽자면 단연 까치다. 정리하자면, 까치는 대표적인 텃새이자, 텃세를 부리는 새다.
우리는 일상에서 텃세를 대개 완고하고 배타적인 횡포로 여긴다. 하지만 자연의 시선으로 보면 텃세는 제 터전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경계선이자 치열한 자기 방어다. 문제는 인간 사회의 텃세다.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지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기득권 하나로 문을 걸어 잠글 때 텃세는 고인 물이 된다. 울타리 너머에 더 넓은 흐름이 있는데도 낡은 둥지만 고집하는 것이다.
흙을 파헤쳐서 지렁이를 잡아먹는 녀석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느덧 익숙함에 안주해 텃세를 부리기 딱 좋은 나이가 되었다. 내가 지키려는 것은 소중한 원칙인가, 아니면 그저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완고한 관성인가. 세상은 저만치 빠르게 변해가는데 나만 과거의 둥지에 웅크린 채 새로운 바람을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며칠 만에 부쩍 자라난 녀석의 새 깃털을 보며 생각한다. 사람도 매 계절 묵은 것을 벗고 새로워져야 제 모습을 찾는 법인가 보다.
결국 오늘의 메인 캐릭터 자라도 구경은 했지만 늘 보던 모습이라 특별한 볼 것은 없었다. 아, 그런데 장끼를 보았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푸드덕하고 날아갔는데 아쉽게도 촬영을 못했다. 장끼는 제대로 촬영을 하려면 늘 녹화 모드로 해 놓아야 겨우 몇 초라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 까투리는 멀리서 찍었는데 장끼는 바로 옆 2~3m에서 날아올랐는데 못 찍다니... 정말 아쉽다.
하지만 오늘은 말끔해진, 이제는 대머리라고 부르기 민망한 대머리까치한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말끔해진 녀석을 뒤로하고, 난 희끗희끗하고 듬성듬성해진 머리를 이발하러 늘 가던 회사 근처 이발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머리까치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Mc82Z_0RM-4
오늘의 영어 단어
Molt (깃갈이 / 탈피)
조류가 낡은 깃털을 떨어뜨리고 새 깃털을 자라게 하는 과정. 파충류나 곤충의 탈피를 뜻하기도 하지만, 조류에게는 주로 깃갈이를 의미함. 까치 정수리가 휑해졌다가 다시 빽빽해진 것은 바로 이 깃갈이(molting) 과정 때문임.
Resident bird vs. Territorial bird (텃새 vs. 텃세)
Resident bird (텃새): 계절에 따라 이동하지 않고 연중 같은 지역에 머무는 조류다.
The magpie is a resident bird that stays in the same area year-round. (까치는 일 년 내내 같은 지역에 머무는 텃새다.)
Territorial (영역을 지키는 / 세력권을 가진): 자신의 서식 영역(territory)을 방어하려는 생태적 본능을 뜻함.
Magpies are highly territorial birds. (까치는 영역 의식이 매우 강한 새다.)
기존 글(대머리 까치) => https://www.theproject2037.com/2026/09/blog-post_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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