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라이프 #피레네 #보이계곡 #MNAC #로마네스크
피레네 산맥 트레킹 두번째 코스는 피레네의 보석이라 불리는 아이그토르테스 국립공원(Aigüestortes i Estany de Sant Maurici National Park)입니다.
이 공원은 200개가 넘는 빙하 호수와 험준한 화강암 봉우리로 유명한데요, 특히 이 안에 위치한 보이 계곡(Vall de Bo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2세기 로마네스크 성당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호텔이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 아침 전망이 참 좋았습니다. 느긋하게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근처 전망대부터 들렀네요. 전날 본 오르데사 국립공원이 웅장한 바위산(설악산 느낌)이었다면, 여긴 산꼭대기까지 파릇파릇해서 훨씬 정감 가고 편안한 느낌(지리산 느낌)입니다.
오후에는 멀리 발렌시아까지 가야 하기에 오전 트레킹만 가볍게 하기 좋은 가까운 인공호수인 카벨레르 저수지로 갑니다. 인공댐 높이가 상당합니다. 다행히 가까운 곳 주차장에 여유가 있어 주차를 합니다. 오르데사에서는 소가 많아 길가에 소똥이 천지였는데 여긴 소 대신 말이 반겨 주네요.
조금 걸어 올라가니 시원한 호수가 펼쳐집니다. 산꼭대기 눈이 녹아 내리는 폭포도 장관이었어요. 비록 수백 개 호수 중 하나만 보고 가는 게 아쉬웠지만, 푸른 풍경을 눈에 듬뿍 담았습니다.
호수 근처에 예쁜 꽃들이 많길래 이렇게 꽃사진도 찍어 봅니다.
입구쪽에는 이런 폭포도 있습니다. 산꼭대기에는 아직 눈이 있어 눈이 녹은 물이 이렇게 폭포를 이루어 떨어집니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보이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산트 클리멘트 데 타울 성당(Sant Climent de Taüll)에 들렀습니다. 1123년에 봉헌된 유서 깊은 곳이죠.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인구 수백 명에 불과한 작은 산골 마을들에 어떻게 이런 대단한 성당들이 9개나 지어졌을까요? 여기에는 12세기 중세의 거대한 전리품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벼락부자가 된 영주: 이슬람과의 전쟁(레콩키스타)에서 공을 세운 보이 계곡의 '에릴 공작'이 막대한 전리품을 챙겨 부자가 됩니다.
이탈리아 장인 스카우트: 세력을 과시하고 신앙을 증명하려던 영주는 북부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장인'들을 통째로 스카우트해 와 계곡 곳곳에 정교한 성당과 높은 종탑을 지어 올린 것이죠.
성당 내부 제단에 있던 예수 그리스도 벽화는 카탈루냐 로마네스크의 상징이자 유럽 중세 미술의 걸작입니다. 하지만 현재 원본 벽화는 도난과 훼손을 막기 위해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국가미술관(MNAC)으로 옮겨져 있고, 성당 내부에는 텅 빈 돌벽만 남아 있습니다. 대신 이곳에서는 비디오 매핑쇼를 보여줍니다! 첨단 빛 기술로 12세기 당시의 화려한 색감과 지워진 디테일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데, 텅 빈 벽에 빛이 입혀지며 원래의 웅장한 모습이 복원될 때의 감동이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디오를 쇼를 중간에 그냥 빛만 비추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여기 있던 벽화는 뜯어서(?) 카탈루냐 미술관으로 옮겨 갔기에 그저 벽화가 있던 자리라는 것만 알 정도로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팁: 타울 성당에서는 수백 km 떨어진 바르셀로나 MNAC 미술관과의 통합 입장권도 판매합니다. MNAC에 안 가보신 분들이라면 통합권을 추천해 드려요!)
이건 원래 벽화가 그렸졌던 그 상태의 원래의 모습을 재현한 비디오 쇼 모습입니다 참으로 웅장하네요.
아래는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미술관(MNAC)에 옮겨간 벽화 모습입니다. 제가 처음 바르셀로나 갔을 때 여기 미술관을 갔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이 옛날 성당의 벽화를 그대로 옮겨와서 성당 모습을 재현한 모습인데 이런 것들이 몇개가 있습니다. 도데체 벽화를 어떻게 뜯어 왔을까 되게 신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보이 계곡 성당 벽화들이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미술관(MNAC)으로 옮겨질 수 있었던 비결은 이탈리아의 '스트라포(Strappo)'라는 프레스코화 박리 기법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과감한 짓을 했을까요? 1900년대 초, 해외 골동품 상인들이 보이 계곡의 귀중한 프레스코화를 몰래 사들여 해외로 유출하려 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이탈리아 전문가들을 급파해 전격 '벽화 구출 작전'을 펼친 것이죠! 덕분에 MNAC은 마치 실제 900년 전 성당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모습으로 이 벽화들을 완벽하게 전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이 계곡을 떠나 발렌시아로 돌아오는 길에도 멋진 모습이 이어집니다. 많은 호수 중에 하나 밖에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는 길에 이런 호수들이 군데군데 있어 그 중 한곳에 잠시 정차하고 이렇게 사진을 남겨 봅니다. 이번 피레네 2박3일 일정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안 가본 피레네 서쪽과 프랑스쪽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관련 글 : https://www.theproject2037.com/2026/07/blog-post_5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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