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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 : 파블로 피카소의 만돌린을 든 소녀
내가 피카소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파블로 피카소, 만돌린을 든 소녀]
유럽의 많은 미술관을 돌며 피카소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솔직히 나는 그의 작품이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후안 그리스나 호안 미로 같은 작가들이 자아내는 결이 훨씬 깊고 아름답게 느껴졌던 반면, 피카소의 그림들은 대부분 왠지 모르게 기괴하고 난해하게만 느껴졌다.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에 들렀을 때도 초기의 정교한 성화나 세밀한 그림들을 보며 ‘피카소가 이런 그림도 그렸구나’ 하는 흥미는 느꼈을지언정, 가슴을 뒤흔드는 깊은 울림을 받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조금씩 다양한 작품을 보다 보니 내 굳은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느꼈다. 입체파의 거장 하면 다들 피카소를 먼저 떠올리지만, 나는 그래도 후안 그리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피카소도 이제는 ‘나름 못 봐줄 정도는 아니네’ 정도까지는 마음이 열렸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대작 〈게르니카〉 앞에서 느꼈던 압도감 역시 감탄을 자아낼지언정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피카소는 위대한 거장이지만 내게는 언제나 난해한 기호의 예술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피카소의 〈만돌린을 든 소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작품을 본 순간, 나는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화면 속 인체는 단면과 기하학적 파편으로 철저하게 해체되어 있었고, 색채 역시 화려함 대신 브라운과 베이지 톤의 차분한 색조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차가운 조각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리듬감은 놀라울 정도로 우아했다.
하단에 조용히 자리 잡은 만돌린의 형태와 그 주변을 감싸는 빛의 단면들은 형상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대상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피카소의 그림이 이토록 서늘하고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피카소의 이 작품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마침 내년 작업 활동을 위해 뉴욕 미술관 투어를 계획 중인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뿐만 아니라 MoMA도 반드시 들러야 할 명확한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요즘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부러 이렇게 미리 호기롭게 내년에는 뉴욕 미술관을 탐방하러 갈 거라고 설레발을 치고 다닌다. 마음에 품은 열망은 입 밖으로 내뱉을수록 실체화되는 법이니까. 성경에서도, 목사님께서도 자주 강조하시는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 역시 몸소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시선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겉모습의 기괴함이나 난해함 뒤에 숨겨진 진정한 구조의 미학을 발견하게 되면서, 피카소라는 거장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쳐둔 편견의 장막 역시 이 그림의 단면들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곤 한다. 겉모습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했던 대상들, 혹은 내 고정관념 속에 가두어 둔 수많은 순간들. 하지만 조금만 다른 눈으로,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아름다움과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미술을 이해하는 일도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둘레길을 걸으며 경치만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나도 아직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중턱쯤 올라와 주변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 정도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 둘레길을 꽤 오래 걸었다.
만돌린을 든 소녀가 품은 서늘하고도 우아한 파동처럼, 나 역시 내 안의 편견을 비워내고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싶어지는 오후다. 묵직한 여운을 남긴 이 한 점의 그림 덕분에, 앞으로 뉴욕에서 마주할 또 다른 예술의 기적들이 더욱 기다려진다.
단원을 만나다 : 무동 - 그런데 활은 어디에 있는가?
=> https://www.theproject2037.com/2026/09/blog-post_02.html
#그림이야기 #피카소 #만돌린을든소녀 #MoMA #큐비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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